[은행 주가살리기 해법]"디지털뱅크로 바꿔"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시중은행장들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은행 주가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주가를 놓고 원인분석에 골몰하지만 묘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들이 최근 은행주를 투매하다시피 매도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와 대형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조사해 내린 결론은 크게 두 가지. 은행이 디지털뱅크로 전환하지 않고 아날로그업종으로 계속 남아있는 한, 또 인수합병 등 은행 2차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은행주가 바닥에서 헤어나기는 힘들다는 것.

이에 따라 주가부양을 위해 외자유치 기업설명회(IR) 등 온갖 노력을 경주했던 시중은행장들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오직 대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겠다는 표정이다.

▼우량은행 합병 불가피▼

▽‘이거 우리 주가 맞아’〓지난달 알리안츠의 외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끝낸 하나은행은 요즘 이 은행의 주가(29일 종가 7040원)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주를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하나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지난해 최고 38%에서 29일 현재 20.18%까지 떨어지자 더욱 기가 꺾였다.

대표적 우량은행 중 하나인 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 52.79%(당시 주가 1만7400원)였던 외국인 지분이 29일 현재 48.66%(주가 1만1200원)로 떨어졌다.

현재 신한은행이 예외적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외국인지분이 1%포인트 소폭 증가했으며 주택은행도 근근히 주가와 외국인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

한 시중은행장은 “우량은행의 인수합병이 일어나거나 인터넷뱅크의 설립과 같은 은행의 디지털화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전반적인 은행주의 약세는 반전되기 어렵다는 것이 외국인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은행의 처리 지연과 2차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부 당국자의 일관되지 못한 발언 등도 은행 주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은행의 디지털화가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은행권 일각에서는 차라리 빠른 시일 내에 은행권의 합병이 가시화되는 것이 전반적인 은행주가를 살리는 길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차 구조조정 서둘러야▼

▽주가 포기한 공적자금 투입은행들〓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은행장들은 집무실에서 주식상황표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조흥은행 고위관계자는 “영업이익도 늘고 은행의 경영정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주가만 제자리를 찾아준다면 고민이 없겠다”고 토로한다.

문제는 80% 이상 달하는 정부 지분의 매각 방법이 명쾌하게 제시되지 않는 한 이들 은행의 주가부양 노력은 사실상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신설되는 금융지주회사에 정부 지분을 모아서 외국인 등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은행지분 소유한도와 세금문제 등 제도적인 정비조차 되지 않아 연내에 가능하겠냐는 것이 이들 은행의 반응이다.

정부로서도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주가가 액면가의 절반도 안되는 200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한 정부지분 매각이 어려워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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