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단기차익 반환' 폐지 논란…범법자 양산 비판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나 코스닥시장 등록기업 직원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사고판지 6개월 이내에 되팔거나 되사서 얻은 차익을 회사에 반환토록 규정한 증권거래법의 불공정거래조항에 대한 폐지여론이 높다.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진 회사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주식을 매입하는 경향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항이 ‘자사주 사기운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28일 증권업계에는 임직원과 지분 10%이상의 주주가 자사 주식을 매매해 6개월 이내에 단기차익을 얻었다면 해당 회사가 차익에 대해 반환을 청구하도록 규정한 증권거래법 제188조가 증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불공정거래 관련 조항의 경우 단기차익 반환규정은 임원과 주요 주주에게만 적용하고 있다”며 “미국 법을 바탕으로 만든 증권거래법 규정은 적용 범위를 너무 넓게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조항은 실효성이 거의 없는데다 자사주를 취득한 선의의 직원들을 무차별하게 범법자로 만드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거래소 감리 담당자들이 상장기업에 “단기차익을 얻은 직원들로부터 이익을 반환받으라”고 요구하면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이 “그런 법조항이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이 말을 들은 기업 직원들도 웃어넘기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본사와 멀리 떨어진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애사심을 바탕으로 자사주식에 투자한 뒤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 처분했으나 본사로부터 ‘단기차익을 반환하라’는 통보를 받고 억울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것.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기차익 반환조항은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되기 전에 재벌 총수들이 직원들의 명의로 지분을 위장분산하지 못하도록 고안된 것”이라며 “실명제가 도입된 지금은 별로 쓸모가 없게 됐다”고 실토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단기차익을 얻었다면 미공개정보 이용금지 관련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현재 인력상 단기차익 반환조항 위반상황을 제대로 점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령 제개정권을 가진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는 아직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증권거래법이 1월에 개정됐기 때문에 빨라야 하반기(6∼12월)에나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