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109원 환율 초비상…수출 타격 예상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6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하루에 2억달러 이상 쏟아져 들어오면서 원화가치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지속돼 달러당 1110원선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대세이긴 하지만 환율이 지금처럼 빠르게 떨어지면 엔화 약세와 맞물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국내 자본시장이 외국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20원 떨어진 1109.80원을 기록해 이틀연속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외환 위기 직전인 97년 11월24일(1085원) 이후 28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외환 당국은 이날 ‘환율이 지나치게 빨리 하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 경고와 함께 국책은행을 통한 달러 사들이기에 나섰으나 달러 공급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달러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월말을 맞아 무역업계의 수출 대금 물량과 외국인 주식자금 등 3억달러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환율 하락세가 지속됐다. 특히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외국계 은행들이 더 이상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달러를 팔아치우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정부가 다음주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이자지급수요 등 19억달러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정말 그만큼의 매수 요인이 있는지 의문을 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외환 딜러들은 정부가 수출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달러당 1100원을 지키려 애쓰겠지만 환율 하락을 저지할 만한 정책 수단이 제한돼 있어 4월중 달러당 1100원대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일정 수준의 원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추측도 환율 하락 심리를 확산시켰다는 분석.

외환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환율 하락으로 인해 무역업계의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환율은 가급적 시장 수급에 맡기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외평채 추가발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정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원재·박현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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