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한 이건희회장…삼성 경영공백設 낭설로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지난주 증권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경영공백설이 나돌아 재계를 긴장시켰었다. 과연 삼성그룹의 경영이 표류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그룹 내 주요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경영공백설은 루머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학수(李鶴洙)그룹구조조정본부장이 14일 이건희회장에게 주요 현안을 보고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 이번 주말에 귀국할 예정이다. 삼성측은 이본부장이 이회장을 만나러 미국으로 출국한 데서 보듯 이회장이 주요 현안을 직접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회장은 이본부장과의 면담 외에도 전화를 통해 수시로 보고를 받고 구두결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회장은 이미 93년 신경영을 선언한 뒤 일상적 업무는 사장단 자율에 맡겨 놓았으며 그 후에는 사장단 인사와 전략적 투자 등 핵심현안에만 주력해 왔고 현재도 그렇다”고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이회장의 건강과 관련, 이 관계자는 “최근 이회장의 체중과 혈색이 암치료 이전수준으로 회복됐고 요즘은 식사도 남기지 않을 정도”라며 “미국 의사들이 이회장의 건강회복 속도에 놀랐다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회장은 지난달 18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디지털전략회의를 열어 건강을 과시했다.

증시에서 유포된 경영공백설은 이회장을 대신해서 이학수본부장 등 핵심경영인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이종기 삼성화재 회장, 현명관 삼성물산 부회장, 이대원 미래전략위원회 부회장 등 삼성의 핵심경영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8인 위원회’가 그룹의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건희회장은 논의된 현안에 대한 결재처리만 하고 있다는 게 이 소문의 주요 내용이었다.

삼성측은 이같은 경영방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되어온 것으로 그룹이 추구하고 있는 계열사별 자율경영 정신에도 부합된다고 강조한다.

삼성 관계자는 “연말이면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되기 때문에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가 더욱 정착될 것”이라며 “이같은 경영방식의 변화를 경영공백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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