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미지근-수익률 저조"… 은행신탁 올 5조원 빠져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은행 신탁계정에 비상이 걸렸다. 판매가 안되고 잔액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장기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의 저금리정책으로 채권 투자에 따른 수익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고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동안 은행 신탁계정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온 단위형 금전신탁도 다음달 12일부터 만기가 속속 돌아와 은행계정이나 투신권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 '추가형'판매 기대이하 ▼

▽계속되는 은행신탁 잔액 감소세〓외환위기 이전 200조원에 이르던 은행 신탁계정의 수탁잔액은 고객들이 안정성을 선호하면서 그동안 꾸준히 감소해왔다. 올 들어 1월중 1조9525억원이 줄어든 데 이어 2월중에도 2조8391억원, 3월 들어 11일까지 또다시 9173억원이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수탁액은 지난해말 117조8500억원에서 3월11일 현재 112조1464억원으로 감소했다.

은행권은 13일부터 추가형금전신탁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이처럼 신탁 잔액이 줄어드는 현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추가형의 경우 주식편입비율이 기존 단위형신탁의 30%에서 50%로 높아지는데다 중도환매나 추가불입이 가능해 간접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던 것. 그러나 은행권 전체의 판매실적은 발매 1주일만인 18일 현재 5422억원에 불과하며 이중 하나은행(1810억원)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해 나머지 은행들의 판매실적은 지지부진한 실정.

증시상황이 안좋은데다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정한 중도해지 수수료율을 금융감독원이 대폭 인상해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 당초 은행권은 중도해지 수수료율을 △1년 미만의 경우 신탁이익금의 10% △6개월 미만 30% △3개월 미만 70%로 정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30%, 50%, 70%로 크게 높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지수수료를 낮춰 받아 단기투자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유인하려 했지만 금감원이 방해를 했다”고 말했다.

▼ 산업자금 부족 심해져 ▼

▽단위형신탁과 특정금전신탁의 효자역할도 기대하기 힘들 듯〓은행 신탁계정은 개발신탁 신종적립신탁 등 대부분의 신탁상품의 수탁액이 크게 줄어든 반면 단위형신탁과 특정금전신탁의 수탁액은 조금씩 늘어왔다.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주총을 앞두고 주가를 관리하려는 상장기업들의 추가가입이 늘었기 때문이고 단위형신탁은 지난해 증시호황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주총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특정금전신탁 수탁액의 증가추세도 주춤하고 있는 양상. 9일 1574억원에 이르던 특정금전신탁 증가규모는 15일 60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다음달 12일부터는 단위형금전신탁의 만기도 돌아와 은행 신탁계정의 잔액은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잔액규모가 15조원에 이르는 개발신탁도 신규수탁이 중단된 채 올해 말까지 거의 만기가 돌아오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회사채 등 유가증권 투자를 주요 자금운용수단으로 삼고 있는 은행 신탁계정 잔액이 계속 감소할 경우 산업자금 부족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