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활성화대책 "약효 끝"]"돈 벌려면 코스닥 가야"

  • 입력 2000년 2월 24일 19시 39분


‘1일 천하.’

일반투자자들의 기대에도 불구, 24일 거래소시장은 전날 큰 폭 상승했던 대중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종합지수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개장초부터 폭등세로 출발, 장중 내내 강세.

뚜껑을 열어본 결과, 거래소 활성화방안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 코스닥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은 계속됐으며 ‘거래소 약세, 코스닥 강세’는 거부할 수 없는 기조라는 인식이 더욱 굳어졌다.

증권전문가들은 “상장요건 완화 등 제도적 문제점 보완에 그친 활성화방안으로는 수급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나스닥 떴다' 소식에 매수 몰려▼

▽‘승부처는 코스닥’〓이날 새벽 미국 나스닥시장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선 개미들의 ‘양떼몰이형 투자’가 다시 나타났다. 종목에 대한 확신없이 분위기에 휩쓸리면서 미국 증시 동향에 따라 시장을 전전하는 형국이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위해선 ‘역시 코스닥뿐’이라는 군중심리가 작용한 결과.

이에 따라 거래소시장은 전날 증시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급등했던 주가가 단기차익실현 매물에 밀려 장중 한때 22포인트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수익률 게임에 거래소 돈가뭄▼

▽수급불안해소가 관건〓투신사와 외국인은 전날 거래소 종합지수가 급등한 상황에서도 각각 621억원, 825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대신 코스닥시장에선 순매수로 응수, 지수가 급락할 때 저점매수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뒤늦게 코스닥시장에 뛰어든 투신사들은 처음엔 대형우량주를 주로 매수하는 신중함을 보였으나 최근엔 ‘확신을 갖고’ 중소형 우량주로 매수범위를 확대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코스닥종목 매수대금의 대부분이 거래소종목을 매도한 대금으로 충당된다는 점.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지만 사실상 채권형상품인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권펀드(CBO)를 제외하면 순수 주식형펀드는 오히려 1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굿모닝증권 이근모상무는 “기관들도 이젠 코스닥종목을 편입하지 않고선 수익을 낼 수 없게 돼버렸다”며 “신규자금 유입이 끊긴 상황에서 한정된 자금으로 수익률 게임을 하다보니 거래소가 침체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시주변환경도 악재〓외국인들은 환율동향에 민감하다. 최근 순매수를 지속하던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데는 원-달러환율이 오름세(원화가치 약세)로 반전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엔화약세의 영향으로 달러당 1110원까지 하락하던 원화가 최근엔 1130원대까지 상승하면서 환차손 문제가 부각된 것.

▼환율오르자 외국인자금 주춤▼

여기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으로 엔화대비 원화가치가 강세를 유지,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1월에 이어 이달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추가적인’ 한국물 매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코스닥 전고점돌파 전망밝아▼

▽코스닥 강세기조 바뀌지 않을 듯〓나스닥시장의 강세가 유지되는 한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특히 나스닥시장이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거듭된 ‘금리인상’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면서 코스닥시장의 전고점 돌파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투신사와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으면서 조정을 받더라도 1월과 같은 폭락 양상은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코스닥이 거래소에 버금가는 주식시장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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