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형 수입 크게 는다… 외제車 1년새 378%증가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27개월만의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한 수입급증의 주요인은 △수출보다 내수 △생산보다 소비 △생산성 향상보다 양적 생산능력확대 목적의 불요불급한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국은행이 20일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입액 수치가 단기간에 치솟은 것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수입의 내용이 너무 나쁘다는 점”이라며 “경기가 조금 좋아졌다는 이유로 과시형 소비가 다시 고개를 들고 내실보다 외형을 중시하는 우리 경제의 고질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에 따르면 전자 및 정보통신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확대되면서 내수용 자본재 수입은 작년 3·4분기(7∼9월) 이후 무려 70% 이상 늘어나 30%대에 그친 수출용 수입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또 작년 1∼10월중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는 5.7% 증가에 그친 반면 가정 상업부문은 가계소비 확대와 고급 유흥업소 호황 등의 영향으로 20.4% 늘었다.

최근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보통신기기 분야는 부품 국산화율이 너무 낮아 이 분야 수출이 늘어날수록 부품소재 수입도 함께 증가하는 나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국내업체가 1억달러어치를 수출할 경우 3000만달러 정도의 수입이 유발된다는 것. 이에 따라 소재부품 수입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년 38.7%에서 지난해 1∼10월중 47.6%로 높아졌다.

주어진 여건하에서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단순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경향도 여전했다. 지난해 제조업 설비투자중 자동화와 에너지절약 등 생산성향상 투자비중은 4.0%로 일본(15.6%)에 크게 못미친 반면 기존설비 확장투자는 36.2%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격감했던 TV VTR 음향기기 승용차 골프용품 담배 의류 등 사치성 고급소비재 수입도 일부 부유층의 외제선호와 수입선다변화 폐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품목별로 최대 400% 가까이 급증했다.

작년 1∼11월중 승용차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378.9%나 증가했고 골프용품(153.6%), 음향기기(111.4%), TV(81.3%), 시계(51.8%), 담배(50.9%), 의류(36.5%) 등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수용 수입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년 4·4분기(10∼12월) 49.6%에서 작년 3·4분기(7∼9월)엔 53.8%로 높아졌다. 한은은 “경상수지 적자구조를 고착화시키지 않으려면 수입의존형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처방과 함께 과소비용 수입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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