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감 누구없소"… 개혁바람에 몸낮추기

  • 입력 2000년 1월 24일 19시 10분


김우중 전대우회장의 사퇴로 시작된 재계의 ‘리더 부재시대’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재계를 대표해온 ‘얼굴’들이 정부의 개혁 강공에 몸을 낮추고 있고 일부 총수들은 건강 악화 때문에 현실적으로 구심점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대한상의 김상하회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한데 이어 재계 총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후임 회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2월 정기총회 전까지 현 김각중 회장대행의 후임을 뽑아야 하지만 “내가 왜 회장이 돼야 하느냐”며 펄쩍 뛰는 총수들이 대부분.

전경련은 지난해 11월 회장 인선 때 후임으로 유력했던 정몽구 현대회장이 정부측의 압력을 받아들여 추대를 거부하면서 이미 인물난이 예상됐다. 현대가 지난해말 정부가 우려했던 부채비율 목표를 달성, 정회장의 후임 재추대에는 일단 걸림돌이 제거된 상태. 그러나 현대 관계자는 물론 재계 인사들도 정회장이 ‘스타일을 구기면서까지’ 전경련회장을 맡을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김각중 현 회장대행(경방회장)은 부친 김용완씨가 전경련 회장을 맡았고 최연장자라는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회장대행을 맡았다. 김회장은 그러나 “2월 정기총회 때까지만 회장 업무를 맡겠다”며 ‘대행’ 꼬리표를 떼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향후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경련 개혁론과 함께 확산됐던 ‘전문경영인 유력설’도 최근 시들해졌다. 비오너출신 최고경영자인 손길승 SK, 유상부 포철회장 등이 강력히 고사하기 때문.

전경련 개혁이 여론의 공감을 얻을수록 전경련 회장 인선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회장으로 추대될 경우 내부개혁에 손을 대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해결사’라는 의혹을 받기 십상이다.

98년부터 전경련을 맡았던 김우중전회장은 빅딜과정에서 정부와 재계의 ‘접점’을 자임하다 일부 재벌 및 정부관계자로부터 인심과 신뢰를 잃기도 했다.

4대그룹의 한 임원은 “2월 전경련 총회에서 누가 회장으로 나선다 해도 과거와 같은 강한 리더십을 구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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