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 '흩어져야 산다?'…계열사별 홀로서기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90년 구자경(具滋暻)LG그룹회장은 사업문화단위(CU·Culture Unit)라는 획기적인 경영체제를 도입했다. ‘자율경영’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제2의 혁신’ 등 모토와 함께 21세기를 겨냥해 야심적으로 마련한 새로운 경영방식이었다.

▼LG CU체제 변화…사업본부별 분리 운영▼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한 CU제도는 회사가 다르더라도 같은 사업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부문을 서로 통합하는 것이 효율이 높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사업문화’를 기준으로 계열사를 나누다보니 전자CU처럼 LG전자 LG정보통신 등 몇개 계열사가 하나의 CU에 속하기도 하고 LG화학처럼 한 계열사 내에 2개의 CU가 존재하기도 했다.

이 ‘새로운 경영체제’가 세기가 바뀌는 문턱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LG그룹이 13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CU제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엿보인다.

핵심적인 내용은 주력 계열사인 LG화학과 전자를 사업본부 체제로 운영키로 한 것. LG화학의 경우 당초 화학CU와 생활건강CU 등 2개 CU로 나뉘었던 것이 유화 기능수지 산업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생활건강 등 6개 사업본부로 재편됐다. 화학내에서는 공식적으로 CU라는 명칭 자체가 사라졌다. 생활건강 부문은 양대 CU중 하나에서 6개 사업본부의 하나로 ‘전락’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CU가 재벌개혁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별 책임경영’과 상충되는 체제라는 지적이 깔려 있다.

94년 도입된 삼성그룹의 ‘소그룹’ 제도도 사실상 사라졌다. 삼성의 소그룹은 각 계열사를 전자 금융 물산 화학 기계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묶었던 것. 초기에는 사장단 회의와는 별도로 소그룹장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회의까지 열렸으나 97년부터 유명무실해졌다.

▼삼성 소그룹제 폐지…계열사별 홀로 서기▼

삼성측은 자동차산업에 새로 진출하면서 전자 금융 자동차 등 3개 업종을 전문업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뒤 나머지 계열사를 소그룹으로 묶을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

삼성과 LG의 시도는 비슷한 경영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두산 효성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