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내부거래 적발/의미-과제]재벌개혁 '쇠귀에 경읽기'

  • 입력 1999년 10월 1일 19시 13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재벌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했지만 5대 재벌은 이면에서 교묘하게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5대그룹에 대한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를 보면 계열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계열사를 지원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선 처음으로 금융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이 발동돼 삼성그룹의 이건희(李健熙)회장 자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잡아내는 등 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사상 최대규모 내부거래 적발〓이번 3차조사는 지원성 거래규모나 부당지원액 과징금 등 모든 면에서 1,2차조사를 뛰어넘는 규모.

5대그룹의 지원성 거래규모는 1차때 4조2000억원, 2차때 1조5000억원이었으나 3차조사때는 12조3000억원이나 됐고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이득을 본 금액도 1차 2200억원, 2차 546억원이었으나 이번에는 2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번조사기간이98년이후여서 외환위기 이후에도 재벌의 부당내부거래가 여전했음을 보여준다.

▽과징금 감면액 너무 많다〓매출액의 2%로 제한된 법정 과징금 한도만 없었다면 과징금 규모는 더욱 커질 뻔했다. 금융기관의 경우 대출수수료 등만이 매출액으로 잡히는 특수성 때문에 부당지원금액에 상응하는 만큼의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현대투신운용의 경우 과징금 산정액은 130억원이나 되지만 매출액의 2%가 24억8000만원에 불과해 106억원의 과징금을 깎아줘야 했고 같은 이유로 △다이너스클럽코리아 43억원 △대우캐피탈 33억원 △서울투신운용 14억원 등이 경감됐다.

공정위는 과징금 한도를 매출액의 5%로 높이도록 법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위력 발휘한 계좌추적권〓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처음 발동한 계좌추적권 덕분에 삼성그룹의 특수관계인 지원 등 종전까지 잡아내지 못했던 내부거래를 잡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97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계열사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원이 부당내부거래 행위로 포함된 이후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원행위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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