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유형]

  • 입력 1999년 10월 1일 19시 13분


재벌들의 계열사 부당지원 방식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3차 5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에서 은행 후순위대출이나 해외 역외펀드를 통한 지원 등 새로운 부당내부거래 유형이 적발됐다.

법정한도를 넘어 계열금융기관을 대담하게 사금고(私金庫)화하는 현상도 눈에 띄게 늘었다.

▼低利로 변칙 자금조달▼

▽은행 후순위대출을 매개로 한 계열사 부당지원〓97년 12월말 외환위기 직후의 상황에서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올리는 데 혈안이었다.

삼성생명은 이때 한미 한빛(구 상업) 하나(구 보람) 외환 등 4개은행에 변칙거래를 제안했고 4개은행은 이에 흔쾌히 응해 삼성생명으로부터 130억∼700억원의 후순위대출을 받아 삼성자동차 등의 사모사채 130억∼550억원어치를 정상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인수했다.

은행들은 BIS비율을 높여 좋았고 삼성계열사들은 낮은 금융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좋았다.

▼계열사끼리 역외펀드▼

▽해외 역외펀드를 설립해 국내 계열사 우회지원〓콘티넨털 그로우스 인베스트먼트(COGI)는 현대증권 등 현대 5개계열사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한 역외펀드다.

이 펀드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마이너스였으나 현대중공업이 작년 6월 235억원을 들여 주당 10달러씩에 주식을 사들이면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출자사인 현대계열사 자산가치도 덩달아 올라갔다.

▼BW매각 변칙증여▼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을 통한 특수관계인 부당지원〓비상장회사인 삼성SDS는 올 2월 BW 230억원어치를 발행, 삼성증권과 SK증권을 통해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자녀인 재용 부진 서현 윤형씨, 삼성구조조정본부 임원인 이학수(李鶴洙) 김인주(金仁宙)씨에게 매각했다.

이들은 삼성SDS 신주를 주당 7150원에 321만7000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인 것으로 삼성SDS 주식이 현재 장외에서 14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어 평가차익이 4000억원을 넘는다.

▼실권주 높은 가격 인수▼

▽계열사 유상증자시 발생한 실권주 인수를 통한 지원〓삼성물산은 작년 6월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삼성증권은 무더기 실권주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증자액의 45.6%에 달하는 684억원어치를 정상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경수종금의 실권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아세아종금의 실권주를 사들였고 경수종금과 아세아종금은 삼성물산의 실권주를 인수했다.

▼거래한도 초과해 대출▼

▽계열금융기관의 사금고화〓현대투신운용은 올 3∼4월 현대투신증권에 증권투자신탁업법상 판매회사에 대한 거래한도(각 신탁재산의 10%)를 7393억원(1일 평잔기준)이나 초과해 ‘바이코리아펀드’의 41.5%에 달하는 9738억원을 어음할인 등의 방식으로 대출했다.

대우캐피탈과 다이너스클럽은 대우 5개 계열사 어음 7339억원을 우회 매입하는 방식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여신한도액(자기자본의 100%)을 넘겨 대출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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