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오픈 프라이스]제조社 매장 직영이 원인

  • 입력 1999년 9월 29일 18시 40분


유통업체간의 가격 경쟁도, 그에 따른 가격 인하도 없었다. 소비자를 위해 마련된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한달째 표류하고 있었다. 서울 시내 백화점에 진열된 12개 오픈프라이스 대상 상품은 가격표시만 권장소비자가격에서 판매가격으로 바뀌었을 뿐 실제 가격 체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신사복 숙녀복 아동복 운동화 등의 가격이 100원대까지 똑같이 나온 데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유통 구조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왜 가격이 똑같을까〓오픈프라이스 대상 품목인 12개 품목은 의류와 가전제품이 대부분. 이들 품목은 백화점에서 재고와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정매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아닌 제조업체가 자신의 이름으로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

A백화점 관계자는 “신사복의 경우 백화점이 갖는 마진은 옷값의 20∼25% 수준”이라면서 “그나마 인건비를 비롯한 최소 운영 비용이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넘겨받는 가격에 마케팅과 물류비용 등이 전부 포함되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 가격을 조정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가격 인하 어렵다〓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미국처럼 제조업체는 오로지 제조만 하고 판매를 비롯한 마케팅은 유통업체가 전담하는 유통 구조에서 가능한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B백화점 관계자는 “업계 매출 1위인 롯데백화점의 1년 매출이 삼성전자 매출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제조업체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유통업체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조절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오픈프라이스제가 제조업체간 또는 제조 유통업체간 담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체간 경쟁으로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는 오픈프라이스 제도. 그러나 가격 인하는 현재의 유통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요원해보인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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