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주가조작 수법]폐장 3분전 高價주문 終價관리

  • 입력 1999년 9월 1일 19시 28분


전통적인 수법에서 최신기법까지 모두 동원됐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종가(終價)관리. 박철재상무는 지난해 5월26일 주식시장 개장 이후 내내 가만히 있다가 끝나기 3분전인 오후 2시57분 시세보다 2550원 높은 1만6550원에 3만여주의 매수주문을 냈고 이는 그대로 그날 종가로 굳어졌다.

현대증권은 모두 59회에 걸쳐 130여만주를 사들이면서 종가를 관리했다.

지난해 5월30일이후에는 주식시장 개장중 매도주문이 1만8300원, 1만8350원, 1만8500원에 나와있는 상황에서 1만9000원에 매수주문을 내 매도주식을 싹쓸이하는 과감성을 보이기도 했다.

일반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허위 매수주문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6월과 8월 1만8000원짜리 주식에 대해 1만7000원에 매수주문을 내는 등 1280여회에 걸쳐 체결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가짜 매수주문을 낸 것.

이는 현대전자 주식에 매입주문이 폭주, 인기를 끄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주식 거래량을 위장하기도 했다. ‘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라는 말이 상징하듯 주가가 오르기 전에 먼저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다.

투자자들은 이 점을 의식, 거래량이 늘어나는 주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매입에 나선다.

현대증권은 이 점을 역이용, 지난해 5월29일 현대증권이 관리하는 현대중공업 명의의 계좌로 현대전자 주식 1만8000주를 주당 1만6000원에 매수주문을 내고 같은 시간 현대증권이 관리하는 또 다른 계좌를 통해 같은 가격에 매도주문을 내 체결되도록 했다. 이른바 통정(通情)매매다. 통정매매가 성행하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일반 투자자들이 외국인의 매매추세에 따르는 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4월28일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전자 주식 26만주를 1만9000원에 매도주문을 내고 같은 시간 자신이 관리하는 S증권과 M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 계좌 명의로 이를 모두 사들였다.

마치 외국인들이 현대전자 주식을 집중 매입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은 현대증권이 이같은 가장(假裝)매매로 모두 39회에 걸쳐 421만여주를 매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대증권이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11월 현대전자의 주식가격을 3만1200원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가조작으로 현대그룹이 올린 평가 이익은 5000억원에 달했으며 3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와 올해 추가 주가상승까지 고려하면 평가이익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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