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후속대책]청와대 뭘 어떻게 하려는지…

  • 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35분


청와대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밝힌 재벌개혁의 후속대책에 관한 수위조절을 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사실상 재벌해체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뜻이 곧바로 강력한 재벌해체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16일 “그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기호(李起浩)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재벌의 소유구조를 임의로 바꾸겠다는 게 아니며 다만 경영방식을 선단(船團)식에서 개별기업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부당내부거래와 재벌의 금융지배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경영을 잘 해서 일류기업이 된다면 이는 기업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며 현 정권이 ‘반(反)재벌정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렇듯 파문진화에 나선 것은 김대통령이 설정한 재벌개혁구상의 기조에 변화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재벌개혁에 대한 단계적 접근방식을 구사하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우선은 재벌 스스로가 문제점을 시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섣불리 작위적인 재벌해체정책을 펼 경우 ‘급진적인 좌파정부’라는 공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벌들이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벌해체를 유도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대우문제 처리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벌해체를 주도하지는 않더라도 그 지향점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재벌개혁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에게 혜택을 돌려 16대 총선 승리의 바탕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달로 예정했던 정 재계간담회의 내용과 형식을 변경하는 문제도 검토 중이다. 일단 재벌회장들을 간담회 참석멤버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은 정해 놓았으나 대신 개별기업대표들을 참석시킬지, 아예 기본틀을 고쳐 정부와 채권단 만의 대책회의로 전환할지 등에 대해 장단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청와대의 방침은 빠르면 이번 주말경 확정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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