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계좌 추적파문]금융계 『전혀 새로운 일 아니다』

  • 입력 1999년 8월 10일 19시 31분


검찰이 세풍(稅風)수사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중앙당 후원회 계좌를 91년 1월까지 소급해 추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금융가는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금융기관의 실무자들은 은행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수사당국의 계좌추적 요구가 비일비재하며 이 과정에서 금융거래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는 예금자의 권리가 공공연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A은행의 임원 C씨는 “특정인의 계좌를 조사하면서 이 계좌에서 돈을 빼갔거나 입금한 사람들의 계좌까지 무차별적으로 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보통 계좌추적은 특정인의 범법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금융정보를 확보하는 수단이지만 실제로 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 사람들의 금융거래 내용까지 마구잡이로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

은행 관계자들은 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금융기관이 정부당국의 계좌추적 요구에 응했을 경우 이 사실을 예금주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때 수사당국자들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6개월 동안 본인에게 통보하지 말것을 금융기관에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원칙대로 하면 계좌추적시 거래자의 인적사항 사용목적 요구정보 등을 명확하게 기재한 문서를 제시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B은행의 실무 관계자 L부장은 “얼마전 모 정부기관 사람은 기관장의 직인만 찍혀 있는 공문을 우리가 보는 앞에서 꺼내 즉석에서 인적사항 등을 적은 뒤 금융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계좌추적권 발동은 금융기관 업무에 지장을 주기 일쑤.

C은행의 P상무는 “수사기관에서 하루에 3명이 각각 다른 금융정보를 요구해와 하루종일 그 일에 매달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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