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車 처리 갈수록 '안개속'…채권단의 서면요구 거부

  • 입력 1999년 8월 8일 18시 26분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에 대한 처분위임권과 부채 부족분 보전 등을 명시한 확약서를 채권단 요구 시한인 7일까지 제출하지 않아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삼성차처리와 관련, 인수업체로 유력시되던 대우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사와 매각협상을 추진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대상에서 제외해 대우의 삼성차인수가 무산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강경한 채권단〓채권단은 일단 이번주초 2차 운영위원회를 열어 삼성에 대한 제재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의 처리방향이 결정되지 않으면 삼성차처리는 한없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400만주가 삼성측 주장대로 2조8000억원에 못미칠 경우 이에 대한 부족분을 삼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

채권단은 삼성측에 이같은 약속을 서면으로 밝히는 서한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삼성이 이를 끝내 거부함으로써 가능한 제재방안을 모두 강구하겠다는 강경한 태세다.

▽느긋한 삼성〓삼성은 채권단의 제재조치는 삼성뿐만 아니라 채권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삼성차 처리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협상카드’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조8000억원이 안될 경우 부족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추후 채권단과 협의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 서면으로 삼성생명 가치를 확정 보장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에 2조8000억원을 보장해줄 경우 삼성차의 부채를 추가로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

또한 확약서를 내줄 경우 채권회수에 급급한 채권단이 1조∼1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삼성차 부산공장을 헐값에 매각한 뒤 그 부족분을 삼성에 부담지우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계는 채권단이 운영위원회를 통해 삼성에 대한 제재방안을 강구한다 해도 명분론 외에는 실익이 없어 실제로 제재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삼성차 처리 문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삼성차 부산공장 인수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대우자동차가 GM과 제휴협상에 나섬에 따라 대우의 삼성차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지적. 여기에 삼성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 외에는 아무런 협상카드를 내놓지 않고 있어 채권단과의 협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차 김태구사장은 GM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삼성차 부산공장 인수는 논의된 바도 없고 협상에 포함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GM의 입장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 GM이 채산성이 맞지 않는 삼성차 공장에까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가 대우―GM의 협상에 삼성차 문제를 연계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관측도 있다.

정작 당사자인 삼성은 삼성차 법정관리 신청 방침을 밝힌 뒤 재산보전관리인 선임 외에는 아무런 가시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말에는 일본 닛산자동차 관계자들이 부산공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닛산 인수설’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현대가 국내시장 방어를 위해 부산공장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퍼졌다. 소문이 증폭되면서 삼성차 인수자 문제는 갈수록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고충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삼성과 협력업체의 협상은 결론은커녕 다음 협상일조차 정하지 못한 채 끝났다. 이에 따라 자금사정이 악화된 일부 협력업체는 종업원 정리해고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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