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벤처 「스파이」엔젤 활개친다

  • 입력 1999년 7월 28일 19시 35분


‘거품벤처’와 ‘저질엔젤’들이 판치고 있다.

최근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시중 벤처자금이 풍부해지자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일부 미등록 벤처기업들이 주식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또 벤처기업에 투자한 일부 엔젤(벤처기업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취직알선 등 청탁을 일삼거나 투자를 미끼로 벤처기업의 기술을 빼내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엔젤클럽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창업초기 벤처기업들의 주식발행가격은 주당 1만∼2만원선.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청 등 정부주도의 벤처펀드가 속속 추진되고 엔젤투자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벤처기업의 주식발행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벤처기업들의 경우 평균 주당5만원에 이르고 있으며 서울엔젤그룹등 엔젤클럽에서 투자하는 벤처기업도 평균 주당 3만원으로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

갓 창업한 벤처기업이 턱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올초 창업한 전자업종 B사는 한 엔젤클럽에 주당 20만원씩 투자자를 모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엔젤클럽측이 “매출실적이 전무한 벤처기업으로선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이라며 조정을 요청하자 이 업체는 다른 엔젤클럽으로 옮겨갔다.

일부 벤처기업들은 당초 약속을 깨고 주식발행가격을 크게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인 A사는 주당 3만원에 10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한다고 밝혔으나 갑자기 주당가격을 두배로 올렸다. 이 회사는 엔젤들이 몰려들자 주당 6만원을 제시한 일부 투자자하고만 계약을 해 나머지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서울엔젤그룹 백중기실장은 “미등록 벤처기업은 성공가능성이 10∼20%에 불과하고 4,5년후 주가가 공모가액의 4,5배는 되어야 경제성이 있다”며 “그러나 주식 발행가액이 너무 높아져 적정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주당 20만원인 벤처기업의 경우 향후 80만∼100만원까지 올라야 하지만 초우량기업이라도 그 정도는 안된다는 것.

저질엔젤 때문에 벤처기업이 골치를 앓는 사례도 많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조건으로 연리 40∼50%이상의 이자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소액자금을 투자하고 취직이나 대리점 개설권을 달라고 떼를 쓴다는 것. 또 투자자를 가장해 벤처기업에 접근한 뒤 회사 내부 사업계획서를 빼내는 등 이른바 산업스파이형 ‘블랙엔젤’도 적지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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