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금 개편]「제멋대로」기금에「원칙대로」메스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제2의 예산」으로 불리면서도 방만한 운용으로 적자를 키워온 기금제도에 정부가 메스를 들이댔다.

개편방향은 첫째는 가급적 예산으로 흡수한다는 것으로 임업진흥기금 등 7개 기금의 경우 더이상 이런 명목으로 돈을 걷지 않으며 국고에서 관련사업이 전액 지원된다.

둘째는 재량권이 커서 방만하게 운용돼온 기타기금을 상대적으로 통제가 용이한 공공기금으로 만들자는 것. 공무원연금기금 사립학교교원연금기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즉 앞으로는 이들 기금의 편성 및 운용에 대해 주무부처장관이 국회에 보고해야 하므로 그만큼 감시가 강화되는 셈.

셋째는 유사 기금을 통합해 동일한 사업에 여러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도록 한다는 것.

▽기금 대폭 통폐합〓기금은 예산처럼 매년 돈을 요구해 타쓸 필요가 없고 한번 법에 의해 설립되면 지속적으로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부처의 이해와 맞물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기금은 61년 3개가 생겨난 이후 현재 75개로 늘었다. 그 규모 역시 80년 4조원에서 99년 운용가능액이 171조원으로 41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일반회계가 6조5000억원에서 80조원으로 12배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꼴.

앞으로 기금의 수는 20개가 줄어 55개가 되지만 운용 규모는 171조에서 167조로 4조원가량이 주는데 불과하다.

▽기타기금을 공공기금으로〓99년 국내총생산(GDP)의 5.2%에 해당하는 통합재정수지 적자중 2.1%포인트가 기금적자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편성부터 결산까지 국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지만 기타기금(38개)의 편성과 운영이 주무장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며 공공기금(37개)도 국회의 심의 의결이 아니라 보고대상에 불과하다.

기금의 방만한 운영은 문예진흥기금은 뉴서울골프장,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상록골프장, 보훈기금은 88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초래한데서 잘 드러난다.

예산과 기금이 ‘칸막이식’으로 운영돼 같은 사업을 예산과 기금이 중복지원한 것도 대표적인 낭비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재량권이 큰 기타기금은 38개에서 16개로 22개가 준다. 공공기금은 최종적으로 37개에서 39개로 늘지만 기타기금중 13개가 공공기금화하기 때문에 11개가 준 셈이다.

▽4대 연금기금 개선안 연내 마련〓현재 추세대로 가면 공무원연금 사립교원연금 국민연금 등은 각각 2001년 2017년 2032년이 되면 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군인연금은 이미 1973년부터 기금이 부족해 정부가 매년 5000억∼6000억원의 적자를 보전해왔다.

정부는 이번에 공무원연금기금을 공공자금화한 외에도 공무원연금은 한국개발원(KDI), 군인연금은 국방연구원, 사학연금은 학계에 용역을 줘 연말까지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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