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기반 흔들]연구개발투자 중단-고급인력 퇴사

  • 입력 1999년 4월 28일 19시 36분


‘꿈의 반도체’를 실현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서울대 임지순교수의 ‘탄소 나노튜브’프로젝트. 성공할 경우 반도체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한국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것으로 평가받은 차세대기술이다.

그러나 임교수의 연구에 거액을 지원해온 LG반도체가 지난해 경비를 줄인다며 지원을 끊어 ‘꿈의 기술’은 자칫 사장(死藏)될 위기를 맞았다.

경제위기 이후 민간기업들이 당장의 자금흐름 개선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줄여 성장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8일 내놓은 ‘연구개발투자 위축현황’에 따르면 대기업 중 S중앙연구소가 경제위기 이후 신소재 등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 관련 연구인력 1백20명을 퇴사시켰다. H위성연구소와 L금속연구소도 각각 2백여명을 퇴출시켰다.

과학기술부가 집계한 지난해 민간기업 연구인력은 모두 7만7천여명. 97년보다 8.5% 줄었다. 더욱이 최근 반도체 등빅딜업종에서미래에불안을 느낀 박사급 고급인력들이 퇴사, 해외업체에 스카우트되는 ‘두뇌유출’현상까지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모두 7조7천6백억원으로 97년보다 12.3% 줄었다. IMF체제 전까지 민간기업들은 매년 연평균 15%씩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왔다.

업종별로는 정보 소프트 건설 고무화학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이 연구개발투자를 줄였다. 이에 따라 특허출원 건수는 지난해 19%나 급감.

대기업들조차 연구개발을 등한시하면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극복은 요원하다는 우려가 무성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지적자산은 공식 채널보다는 ‘사람’에 체화(體化)된 경우가 많아 핵심 인력의 퇴사는 그대로 지적자산 증발로 이어진다”며 성장잠재력 고갈을 우려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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