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빅딜 무산론 확산…삼성·대우 총수회동서 언급없어

  • 입력 1999년 3월 24일 08시 05분


삼성 대우 총수들간 22일 회동에서 삼성자동차의 내달 1일 정상가동이 확정됨에 따라 좌초위기를 맞았던 자동차 빅딜은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 양측은 그러나 삼성차의 재가동에 필수적인 사안에만 합의한 만큼 향후 ‘돈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삼성차와의 빅딜 대상이었던 대우전자에 대해서는 양 총수 회동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전자빅딜 무산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삼성 대우의 득실〓‘벼랑끝’ 전술을 폈던 두 그룹이 막판 잠정합의를 이룬 것은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때문. 삼성은 자동차사업 정리가 장기화돼 구조조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데다 당장 인건비 등 가동중단에 따른 금전적 손실이 만만치 않았다. 대우도 시시각각 가해지는 정부와 금융권의 압력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

양측은 인수액과 공장운영자금 등 돈문제는 추후 평가할 문제로 남겨두었다. 결과는 ‘선가동 후정산’을 주장해온 삼성측 의견이 상당부분 관철됐다는 평가.

삼성은 대우측의 ‘공장접수’로 자동차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됐지만 삼성계열사의 출자자본금 8천억원과 추후 대우에 지불할 손실분담액 등 수조원을 공중에 날린 셈이다.

▽남은 문제점들〓양측은 ‘SM5승용차를 향후 2년간 최소 3만대 이상 생산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곧 단종(斷種)될 차를 구입할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이 뻔해 판매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측은 벌써부터 “생산대수가 설비규모 20만대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향후 판매목표 미달시 보상금이나 운전자금 등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대우측 복안대로 마티즈 라인을 삼성차 라인에 설치할 경우 협력업체들이 순순히 응할지도 미지수.

▽무게 더하는 ‘전자빅딜 무산론’〓자동차 빅딜이 한고비를 넘자 대우는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석환(金錫煥)부사장 등 대우자동차 실사팀은 23일 준비작업을 위해 삼성차 부산공장에 내려갔다. 휴업중인 삼성차 직원들도 내주초 정상 출근하고 협력업체 납품공급도 재개될 전망.

대우전자의 한 임원은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독자생존한다는 자세로 일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대우전자는 특히 삼성측이 지난달말 대우전자를 받지 않고 삼성차만 대우그룹에 넘기는 방안을 정부측에 제시했다는 사실에 고무된 분위기. 1,2월 평균 60%대의 공장가동률을 보이던 대우전자는 직원들이 생산라인에 복귀하면서 이달들어 공장을 100% 풀가동하고 있다. TV 냉장고 VCR 세탁기 등 그동안 밀린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매일 3∼4시간씩 시간외 근무까지 하는 상태. 구미공장 금형라인은 철야작업까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도 공격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달초 국내 가전사 가운데 처음으로 99년형 냉장고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빅딜대상 업체라고는 볼 수 없는 징후들이다.

〈박래정·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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