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와의 빅딜 대상이었던 대우전자에 대해서는 양 총수 회동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전자빅딜 무산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삼성 대우의 득실〓‘벼랑끝’ 전술을 폈던 두 그룹이 막판 잠정합의를 이룬 것은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때문. 삼성은 자동차사업 정리가 장기화돼 구조조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데다 당장 인건비 등 가동중단에 따른 금전적 손실이 만만치 않았다. 대우도 시시각각 가해지는 정부와 금융권의 압력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
양측은 인수액과 공장운영자금 등 돈문제는 추후 평가할 문제로 남겨두었다. 결과는 ‘선가동 후정산’을 주장해온 삼성측 의견이 상당부분 관철됐다는 평가.
삼성은 대우측의 ‘공장접수’로 자동차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됐지만 삼성계열사의 출자자본금 8천억원과 추후 대우에 지불할 손실분담액 등 수조원을 공중에 날린 셈이다.
▽남은 문제점들〓양측은 ‘SM5승용차를 향후 2년간 최소 3만대 이상 생산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곧 단종(斷種)될 차를 구입할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이 뻔해 판매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측은 벌써부터 “생산대수가 설비규모 20만대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향후 판매목표 미달시 보상금이나 운전자금 등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대우측 복안대로 마티즈 라인을 삼성차 라인에 설치할 경우 협력업체들이 순순히 응할지도 미지수.
▽무게 더하는 ‘전자빅딜 무산론’〓자동차 빅딜이 한고비를 넘자 대우는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석환(金錫煥)부사장 등 대우자동차 실사팀은 23일 준비작업을 위해 삼성차 부산공장에 내려갔다. 휴업중인 삼성차 직원들도 내주초 정상 출근하고 협력업체 납품공급도 재개될 전망.
대우전자의 한 임원은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독자생존한다는 자세로 일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대우전자는 특히 삼성측이 지난달말 대우전자를 받지 않고 삼성차만 대우그룹에 넘기는 방안을 정부측에 제시했다는 사실에 고무된 분위기. 1,2월 평균 60%대의 공장가동률을 보이던 대우전자는 직원들이 생산라인에 복귀하면서 이달들어 공장을 100% 풀가동하고 있다. TV 냉장고 VCR 세탁기 등 그동안 밀린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매일 3∼4시간씩 시간외 근무까지 하는 상태. 구미공장 금형라인은 철야작업까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도 공격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달초 국내 가전사 가운데 처음으로 99년형 냉장고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빅딜대상 업체라고는 볼 수 없는 징후들이다.
〈박래정·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