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이모저모]기아-한보사태 의혹 집중추궁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30분


21일 경제청문회에서는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이 된 한보와 기아사태가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은 기아사태 해결 지연의 책임소재와 관련해 당시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선후보의 관여여부와 삼성그룹 음모설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의원은 “97년 8월 대통령후보로 유력시되던 당시 이회창총재가 기아를 방문해 ‘기아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했다”며 “이총재의 방문이 기아사태 해결을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문제로 만든 직접적 계기로 작용한 것 아닌가”고 물었다.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은 “김선홍(金善弘)회장이 사표제출을 거부하고 버틴 것은 당시 이총재와 97년 대선이후에 대한 모종의 협의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고 추궁했다.

국민회의 정세균(丁世均), 자민련 김칠환(金七煥)의원 등은 “기아의 부도유예 협약이 적용되는 97년 7월을 전후로 기아에서 제기한 ‘삼성 음모론’이 여론의 관심을 끌면서 사태의 해결을 지연시키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며 음모론의 진위 여부를 따졌다.

○…기아사태를 둘러싼 정부개입 문제와 폐해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가 나왔다.

국민회의 천정배(千正培)의원은 “당시 기아에 대한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결정한 것이 제일은행의 독자적 판단이란 것이 사실이냐”며 정부개입여부를 따졌다.

같은 당 추미애(秋美愛)의원도 제일은행에 대해 “당시 김선홍기아회장과 강경식경제부총리의 사이가 좋지 못했다”면서 “김회장에 대한 퇴진요구가 강부총리로부터 어떤 사전지시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한보사태를 초래한 거액특혜대출 의혹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됐다.

국민회의 정세균의원은 제일은행에 대해 “93년말 3백35억원에 불과하던 한보그룹 여신이 96년말 1조1천4백억원으로 무려 34배나 폭증했다”면서 “한보에 대한 대출을 삼가라는 은행감독원의 경고를 묵살하고 대출을 계속한 것은 청와대 등 권력층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김칠환의원은 “당초 2조7천억원으로 책정됐던 한보철강 시설투자비가 5조7천억원으로 증폭되는 과정에서 제일은행이 외부압력에 의해 특혜대출을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편 조사특위는 25일 증인으로 출두할 예정인 강경식전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경제수석이 이날 공판이 예정돼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공판일정 조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법원에 보내기로 했다.

〈이원재·윤영찬기자〉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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