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金振晩)한미은행장은 송병순(宋炳循)전광주은행장을 비롯한 정부측 인선위원들의 추천과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의 강력한 지원으로 행장후보에 뽑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행장의 ‘한빛호(號)’는 앞으로 두가지 중요한 과제를 안게 된다.
첫째, 자산규모 약 1백1조원으로 국내 최대은행이며 국내 30대그룹중 절반인 15개그룹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의 장으로서 은행 및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임무다.
둘째는 외부인사로서 1백년 역사의 상업, 66년 역사의 한일 두 은행의 직원과 노조를 융합시켜야 하며 국내은행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관치금융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은행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가느냐 하는 과제다.
김행장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정부가 제시한 한빛은행장 자격요건은 개혁성 참신성 및 국제적인 금융감각 등이었으며 김행장은 이같은 요건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동안 한미은행을 우량은행으로 이끈 실적도 있고 국제감각도 고루 갖추고 있어 앞으로 정부―은행―기업 관계를 제대로 자리잡도록 할 것이란 평판도 듣고 있다.
또 두 은행측의 인선위원들이 제각각 은행장 후보로 추천한 배찬병(裴贊柄)상업은행장과 신동혁(申東爀)한일은행장대행이 배제돼 두 은행간 반발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미은행은 경기은행 인수작업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내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행장이 자리를 바꾸게 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미은행에선 미셀리언 수석부행장이 승진해 첫 외국인 은행장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빛은행장 인선작업은 그 어느 인선작업보다 진통이 컸다. 상업 한일은행이 위촉한 인선위원들이 인선위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자 대주주인 정부가 개입하게 됐다.
막상 본격적인 인선작업에 들어가서는 더 큰 갈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는 내부인사보다는 외부인사를 원했으나 두 은행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배행장은 대전고 출신, 신행장대행은 광주일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갈등은 자민련과 국민회의의 대립으로까지 번져가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한 은행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외부인사인 김행장이 행장후보로 선택됐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