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과징금부과 의미]30년 독과점에 시장경쟁「메스」

  • 입력 1998년 11월 22일 20시 51분


공정거래위원회가 철강산업에 대한 경쟁정책 도입을 추진키로 한 것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포항제철이 내년중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된데다 민간기업들도 철강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60년대부터 거대한 설비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철강산업을 국가경쟁력 확충을 위한 기간산업으로 육성했다.

이에 따라 철강산업은 30년간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면서 거미줄처럼 얽힌 독과점의 폐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

우리 철강산업이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끊임없는 통상마찰 대상이 되고 있어 국제통상분쟁을 줄여보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미국과 EU는 한국 정부가 철강산업을 지원, 자동차 조선 등 수요업체에 싼 가격에 철강을 공급해 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독과점 해소 및 공정거래 질서 구축 차원에서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키로 한 배경에는 빌 클린턴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까지 이 문제를 거론할 정도로 미국 등이 압박을 가해온 것에 상당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뿌리깊은 독과점 실태 ▼

국내 철강산업은 1개 고로업체(포철)와 13개 전기로업체, 1백48개 가공업체와 수천개에 달하는 수집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로는 철광석과 원료탄(코크스)을 넣어 선철을 만드는 초대형 용광로로 포철이 30년간 독점했다.

전기로는 전기를 이용, 고철을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것으로 인천제철 동국제강 등이 참여하고 있으나 한보철강과 삼미특수강의 부실로 구조조정 필요성이 진작 대두됐다.

고로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포철을 중심으로 전기로업체 가공업체 고철수집업체 등은 철강제품 거래에서 시장경쟁의 원리를 무시하고 합의와 담합으로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해왔다는 것이 공정위측 얘기.

포철의 판매계열사인 포스틸은 자사 유통대리점이 경쟁업체의 제품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포스틸은 대리점 평가제를 시행하면서 타사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에는 벌점을 부과해 공급물량을 줄이거나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전기로 업체들은 제조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고철의 구매가격 인상을 막기위해 담합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국내고철과 수입고철의 구매비율을 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사와 거래하는 고철납품 업체들이 다른 업체에는 고철을 납품하지 못하도록 전속거래 계약을 하고 있다.

고철 납품업체들은 사업자단체를 통해 신규사업자의 시장참여를 막았다. 지난해 전기로업체인 강원산업이 고철납품업에 진출하려하자 고철업체사업자단체인 한국철스크랩공업협회가 전면적인 납품중단을 결의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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