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D 수석연구원『금융구조조정 125∼150조 든다』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8시 47분


세계은행(IBRD)은 한국의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해 2백70조원에 달하는 은행의 부실자산을 기준으로 구조조정비용을 다시 산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스티엔 클라센 IBRD 금융국 수석연구원은 2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평가와 전망’이라는 국제세미나에서 “한국의 은행들은 기업의 주식이나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신탁계정의 규모가 크고 기업어음이나 회사채에 대한 보증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채권액보다는 부실자산액을 구조조정의 잣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은행의 부실채권은 국내총생산(GDP)의 24.8%인 1백4조원에 불과하지만 부실자산 규모는 GDP의 64.2%인 2백7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금융구조조정에 GDP의 30∼35%에 이르는 1백25조∼1백50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이는 정부 계획 64조원의 2배를 넘는 액수다.

그는 또 은행의 부실자산뿐만 아니라 증권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의 부실자산 문제도 한국의 금융구조개혁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보험사의 부실자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제2금융권의 부실자산 문제는 은행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2금융권에 대한 재정투입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한국정부의 공공부채는 97년말 GDP대비 10.7%에서 앞으로 46%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이 비율을 20% 수준으로 낮추려면 앞으로 10년간 매년 GDP의 4∼5%에 해당하는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그는 “한국은 앞으로 실업대책 등 사회부문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갑자기 공공부채를 줄이려 하기보다는 3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공공부채비율이 54%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

스티엔 수석연구원은 IBRD의 금융정책연구를 총괄하며 IBRD의 정책결정에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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