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아自 인수」 안팎서 제동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19분


기아인수를 위해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다시피 했던 삼성이 3차입찰 직전 돌연 인수포기로 급선회한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무슨 다른 꿍꿍이셈이 있는 걸까, 아니면 내부적으로 사업포기를 염두에 둔 결정일까,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론 외국의 대형 금융기관과 그룹 재무팀, 삼성의 전직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반대 움직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성의 기아인수를 불안하게 지켜봤던 해외 금융기관들은 3차 입찰 직전 일제히 삼성측에 “무리하게 기아 인수에 나선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주식을 모두 팔고 대출금 상환연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통보했다.

특히 일본 N증권의 경우 “기아를 인수하는 순간부터 삼성과의 모든 거래관계를 끊고 앞으로도 거래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입찰을 앞두고 삼성 유력설이 증시에 퍼지자 실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등 삼성자동차 출자회사들의 주식을 무더기로 내다 팔면서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삼성그룹 재무팀을 통해 이건희(李健熙)회장과 이학수(李鶴洙)구조조정본부장에게 속속 보고됐다.

이와 함께 신현확(申鉉碻)전총리(전 삼성물산회장) 등 삼성의 전직 최고경영진들이 나서서 이회장을 설득한 점도 삼성의 기아 포기에 일조했다는 후문.

마침내 3차 입찰서류 제출직전 이회장은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계열사들에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지침을 삼성자동차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기아인수를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기아를 포기함에 따라 삼성자동차의 길은 두갈래로 나눠진다.

첫번째는 자동차사업을 포기하는 것. 여기에는 삼성이 당분간 자동차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다가 빅딜을 통해 현대와 대우 중 한곳에 자동차사업을 넘기는 방법과 자산매각방식을 통해 공장을 청산하는 방안이 있다.

두번째는 삼성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독자 경영. 삼성은 기아낙찰발표 직후 발표를 통해 기술제휴선인 일본닛산자동차에 연간 10만대정도의 SM5시리즈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자동차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지표명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머지않아 ‘제값을 쳐주는’것을 전제로 사업을 넘길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은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대우가 인수업체로 가장 유력하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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