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경제회견]국내외 불신 해소 경제활성화 주력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5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분야 기자회견은 추석을 앞두고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으로 불안에 떠는 국민을 안심시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경제는 소비와 투자가 급감해 불황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고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늦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쏟아놓은 각종 경제활성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황과 실업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김대중정부는 출범후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쌓고 금융과 재벌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대외신인도 회복에 성공하지 못했다.

김대통령은 이같은 시기에 경제특별회견을 통해 적극적 경기부양과 신속한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조조정에 밀렸던 경기부양을 경제정책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투자 및 소비심리 위축상태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실물경제의 붕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왕윤종(王允鍾)세계경제실장은 “지금처럼 성장이 마이너스로 가면 외환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밖에 없다”며 “플러스 성장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수익성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외 투자자 모두가 투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신속한 구조조정은 대외신인도를 높여 관망중인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공공 금융 재벌 노사 등 4대 분야의 구조조정을 연내에 마무리짓겠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재벌의 개혁 노력이 미진하다고 지적하고 5대 재벌이 빅딜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여신중단과 융자금 회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비쳤다.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쏠려 있는 기아문제도 곧 처리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통화를 충분히 공급하고 재정지출을 극대화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 및 세제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부추기고 불필요하게 냉각된 개인의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기부양 우선정책으로 한국경제의 병적인 구조를 개혁하는 작업이 후퇴할 것으로 걱정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심상달(沈相達)거시팀장은 “경기하락 국면에서 경기활성화대책은 필요하지만 구조조정에 재정여력을 더 많이 투입하는 것이 낫다”며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중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내에 구조조정을 마무리짓는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김대통령은 재정적자확대 금리인하 등의 처방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개혁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내년 중반기부터 한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회복하고 IMF 3차연도인 2000년부터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믿음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기업과 국민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할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이제 개혁의 성과를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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