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납품 中企사장]대기업-협력사는 공동운명체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13분


“대기업과 협력업체는 공동운명체입니다. 대기업 부도이후 내 몫만 챙기려 했다면 벌써 다 망했을 겁니다.”

출자전환중인 해태제과에 땅콩 아몬드 등 과자원료와 일부 완제품을 납품하는 미양식품 문석주(文錫周·52)사장.

지난해 11월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해태제과의 부도소식에 문사장은 ‘이젠 끝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연간 매출액의 약 80%를 차지하는 해태의 부도는 곧 회사의 부도를 의미하기 때문.

이때부터 문사장의 눈물겨운 회사살리기가 시작됐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속속 돌아오는 어음을 막는 일. 부도직후 약 30억원의 어음이 한꺼번에 몰려 회사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부도가 난 해태와 다른 협력업체들이었다.

“해태는 부도이후에도 최우선적으로 협력업체를 지원했습니다. 어려운 사정에도 자금지원은 물론 납품비를 바로 지급했으니까요.”

해태제과에 납품하던 23개 협력업체간 단결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튼튼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

“협력업체들이 약간의 보상을 받기 위해 해태에 대한 압류나 채권확보에 나섰다면 해태의 회생은 어려웠을 겁니다. 협력업체끼리 더 급한 업체에 자금을 빌려주며 마치 한 그룹처럼 서로를 도운게 위기를 벗어나는 힘이 됐죠.”

문사장은 1년 가까운 부도상태에도 불구하고 해태의 판매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출자전환을 통해 기업회생의 길로 접어든 데 대해 “해태와 협력업체들이 숱한 난관을 도와가며 극복해온 덕분”이라고 술회.

중소협력업체도 수출증대를 통해 판매망을 확대하는 길만이 IMF를 극복하는 첩경이라고 주장한 문사장은 지난해 4월 중국 청도에 완공한 원료공장을 확대, 현지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금결제를 해야하는 원료구입비 마련을 위해 집을 저당잡힐 때 걱정하는 부인을 설득하는게 가장 어려웠다는 문사장은 “상여금이 밀려도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해준 공장식구들에게 추석보너스를 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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