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끝이 안보인다』…상반기 28% 줄어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35분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내수침체 정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추진중인 소비자금융 활성화 시책도 가계소비를 자극하는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수감소의 골이 유례없이 깊다〓대우경제연구소는 14일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최종소비지출과 총투자를 합친 내수는 작년 동기에 비해 28.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불황하의 내수침체 정도 비교’라는 분석자료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작년에 IMF 구제금융을 받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 상반기에 각각 16.1%와 20.5%의 내수 감소율을 나타낸 것으로 추계했다.

또 멕시코의 경우 82년 모라토리엄(외채지불유예)을 선언한 뒤인 83∼84년 내수가 전년에 비해 9.3∼10.7% 줄었으며 94년 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인 95년 16.1% 감소했다는 것.

90년 금융위기를 겪었던 핀란드도 91년 내수가 9.2% 감소하는데 그쳤으며 29년 세계대공황후 미국의 내수감소율도 13.4%로 올 상반기 우리나라 내수 감소율의 절반 이하.

우리나라의 내수 격감은 소비위축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는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 상반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동향에서 잘 드러난다.

이 기간중 소비자들은 자녀 교육비와 약값까지 줄여 과외비가 16.0%, 약값이 20.5%나 감소했다.

심지어 7월중 메리야스 내의 출하는 작년 동기보다 67.9%나 줄어 속옷도 안 사입고 버틸 정도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당연히 상점들도 죽을 맛. 서울 용산 나진상가의 경우 점포 10개 중 2개꼴로 문을 닫았으며 매출액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소비위축은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내수 감소폭이 훨씬 큰 것은 그동안 확장일변도였던 설비투자의 위축이 이들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

상반기 내내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율은 30∼40%를 오르내리고 있다.

▼내수격감 어떻게 풀 것인가〓내수감소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지금까지는 불가피했지만 앞으로도 계속되면 곤란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산업연구원 온기운(溫基云)동향분석실장은 “외환위기 진정에 주력, 내수는 바닥이었지만 가용 외환보유고는 4백억달러를 넘어섰다”며 “꼭 내수감소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도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제회복 잠재력을 상실할 우려가 높아 적절한 내수회복 정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신후식(申厚植)연구위원도 “세계경제의 디플레 징후로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내수라도 살려야 한다”며 “경상수지를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수입유발효과가 낮은 건설과 사회간접자본(SOC)확대에 재정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양대 경제학부 박대근(朴大槿)교수는 14일 “정부가 소비진작책으로 추진중인 소비자금융 확대방안이 실제 소비지출에 미치는 효과는 약 4.1%의 소비지출 증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즉 내수감소가 돈이 풀리지 않은데서 비롯됐다기 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에 더 크게 영향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서둘러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내수진작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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