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믹스」실체 있나? 없나?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3분


‘DJ노믹스’의 실체는 있는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면서 DJ노믹스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적절한지, DJ노믹스의 명확한 실체가 과연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다.

한양대 경제학과의 모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DJ노믹스란 국제통화기금(IMF)이 획일적 기준으로 한국에 강요한 경제정책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실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대통령이 밝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도 공허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

또 김대통령이 당선 이후 보여준 경제정책 기조가 당선 전의 주장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어 과연 어느 것이 DJ노믹스의 실체인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일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DJ노믹스는 분명히 실체가 있다는 것이 정부 관료와 관변 연구소, 그리고 일부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설광언(薛光彦)연구위원은 “지난 30년간의 경제성장 모델인 정부주도 개발정책과 관치금융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면서 “이를 대신할 새로운 경제정책 기조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라고 말했다.

설연구위원은 “세계 경제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발성과 창의성은 시장경제를 통해서만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예산위원회 박종구(朴鍾九)공공관리단장은 “DJ노믹스의 요체는 경쟁과 효율성 등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에 분배정의와 형평성 등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DJ노믹스를 IMF의 정책권고와 동일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DJ노믹스의 큰 틀은 개방경제이며 그 수단으로 IMF의 정책권고를 적극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장하성(張夏成)교수는 “새 정부의 제도개혁 실적은 평가할 만하지만 그 성과가 시장에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정책의 주요집행자들이 김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갖고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교수는 “개발독재와 관치경제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병행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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