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개혁협상 중간점검]빅딜대신 「스몰딜」로 간다

  • 입력 1998년 8월 16일 19시 32분


‘빅딜(Big Deal)은 가고 스몰딜(Small Deal)만 남았다.’

5대 그룹이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복 과잉투자정도가 심각한 대형 업종보다는 사업규모가 작은 업종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5대그룹의 실무 관계자들은 최근 정부가 제시한 과잉투자 10개업종을 놓고 구조조정방안을 협의한 결과 사업규모가 작은 3,4개 업종을 우선 빅딜대상으로 선정해 이달말까지 구체방안을 내놓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과잉투자정도가 심한 대규모사업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구조조정 그림이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 그룹간 구조조정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항공과 철도차량 이동통신 가전분야 등 3,4개 업종.

항공기 제작은 삼성 대우 현대 대한항공이 소규모 국내물량을 놓고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업종으로 이미 2,3년전부터 민―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공동회사 설립방안이 추진돼왔다.

철도차량 역시 현대 대우 한진 등의 연간 공급능력이 전동차기준으로 2천량에 달하지만 연간수요는 1천량 정도에 불과해 만성적인 설비능력과잉을 겪고 있는 상태. 철도차량의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정공(20%)을 중심으로 사업을 몰아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과잉투자 10대업종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동통신과 가전분야도 빅딜 논의가 활발하다. 이미 LG와 SK가 정보통신과 석유화학을 맞바꾸는 사업교환에 대해 물밑 탐색전을 진행중이며 국내수요가 한계에 부닥친 백색가전도 삼성 LG 대우 등 각사가 한 곳에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동안 빅딜 대상으로 거론돼왔던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요업종의 빅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실정.

자동차의 경우 삼성 현대 대우가 모두 다음달1일 낙찰자 선정 예정인 기아자동차를 노리고 있어 아예 자동차사업을 빅딜 대상에서 제외해 놓았으며 정부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조선도 현대 대우 삼성이 모두 2002년까지 일감을 확보해 놓은 상태인데다가 그룹내 외화획득 기여도가 매우 높은 업종이라 각사가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입장. 반도체 역시 삼성 현대 LG 3사가 모두 그룹의 주력업종인 점을 내세워 거래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3사는 현재 세계 반도체시장의 불황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한 업체가 합병을 한다고 해도 기술도입선이 달라 시너지효과가 없다며 빅딜에 반대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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