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주력업종 변화]「생존형」위주-금융업 중시

  • 입력 1998년 5월 8일 22시 30분


8일 대우그룹을 마지막으로 5대 그룹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그룹의 진로를 결정할 주력업종 선정.

이번에 5대그룹이 내세운 주력업종은 94년 김영삼(金泳三)정부 당시 ‘업종전문화’ 정책에 따라 선정한 주력업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성장형에서 생존형으로〓94년 당시 기업들은 투자가 많이 필요한 성장형 업종을 많이 선정했다. 이는 경쟁력보다는 주력기업에 대한 여신한도관리 제외 등 정부가 제공한 각종 혜택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

현대의 경우 94년 새로 편입한 현대정유를 육성하기 위해 에너지자원을 선정했다. 대우와 SK는 당시 의욕적으로 신규참여나 확장을 추진하던 유통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런 성장형 업종은 이번에 모두 제외됐다. 대신 오랫동안 그룹의 ‘간판’으로 육성해온 사업들 위주로 진용이 짜여졌다. 4년 전엔 빠졌던 현대의 건설 화학, 삼성의 금융, 대우의 중공업 등이 모두 핵심업종으로 복귀했다.

이들 업종들은 또 그룹 내 다른 업종들에 비해선 재무구조가 비교적 건실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같이 금융업 중시〓94년엔 철저히 제조업 위주였던 데에 반해 이번에는 기업들이 약속이나 한듯 모두 금융업을 주력업종으로 내세웠다.

전통적으로 중후장대한 제조업종에 강점을 갖고 있는 현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금융업을 제조업과 양대 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혀 금융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대우는 주력업종과 별도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국제화기업군’을 선정, 여기에 증권을 포함시켰다. 94년 금융을 넣지 않았던 삼성과 LG SK도 이번엔 금융을 포함시켰다.

금융업종의 강세는 앞으로의 기업경쟁에선 자금력이 결정적 관건이 되고 앞날이 극도로 불투명한 IMF체제하에서 안정적인 자금줄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업이 생존의 필수조건임을 절실히 느낀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기타〓94년 이후 이동통신사업에 새로 진출한 SK는 이번에 정보통신을 선정, 그룹의 ‘새 얼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반면 94년 자동차 사업을 염두에 두고 기계장치 부문을 포함시켰던 삼성은 이번엔 이를 제외, 자동차사업의 계속 여부를 둘러싼 고민을 내비쳤다.한편 이들 그룹은 업종구분이 애매해 소속사가 주력인지 아닌지 상당한 혼선이 있고 주력업종에서 제외된 비주력 계열사의 경우 진로가 불투명해 임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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