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책「봇물」 재원조달「막막」…실현가능성 의문

  • 입력 1998년 4월 12일 20시 31분


정부가 재원조달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경제회복 및 실업자 지원을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놓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재경부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등이 방침을 발표했거나 검토중인 실업자 지원,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과 수출진흥 대책에 써야 할 돈은 정부가 이미 확정한 실업종합대책 및 구조조정 자금을 제외하고도 48조∼54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 가운데 금융권 부실채권정리 등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대책을 시행하는데 국공채 발행을 통해 30조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중소기업 육성기금으로 외국자본 5조∼10조원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 밖에도 △수출보험 추가확대(8조6천억원) △추가 실업대책(3조원) △구조조정 전담기구인 투자은행 설립(1조∼2조원) △외국인투자유치기금 설립(5천억원) 등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계획이 널려 있다.

정부는 이미 확정한 종합실업대책 및 경제회복대책에 필요한 재원 30조3천9백억원을 마련하는 데도 가능한 방법을 거의 다 동원한 상태다.

즉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정리기금 마련을 위한 장기채 발행(14조원) △예금보험공사의 예금자보험 및 부실금융기관 지원을 위한 장기채 발행(12조원) △공기업 매각(2조5천억원) △실업자 생계 지원을 위한 장기채 발행(1조6천억원) △세수증대(교통세 탄력세율 인상 2천9백억원) 등을 통한 자금조달도 제대로 될지 낙관하기는 이른 실정.

이미 발행된 국채 27조7천억원어치가 시중에 나돌고 있으며 올해중 발행 예정인 물량도 7조7천억원어치에 달해 국공채 발행 확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무기명 장기채의 판매실적도 부진하고 공기업 매각 역시 제대로 추진될지 불투명하다.

50조원 안팎의 추가 대책비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 김세진(金世振)금융조세연구실장은 “채권발행 세금인상 해외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 “따라서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재원을 배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종합연구소의 김성우(金城右)책임연구원은 “현재의 경제사정으로 볼 때 1년 예산에 버금가는 재원을 다시 조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소극적인 수단이지만 민간기업에 의한 외자유치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도 “중앙은행이 돈을 찍는 방법(발권력)을 동원하면 중남미 국가들과 같은 초(超)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예산을 아끼거나 세금을 더 거둬 재원의 상당부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실현 가능한 정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부터 2002년까지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매년 10조원 이상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반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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