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사 부실채권 3조…특감 「종금사 정리수순」밟을 듯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6분


은행감독원이 25개 리스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한 것은 제2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시한폭탄’의 뇌관제거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 작업은 자칫 금융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게 금융계의 관측. 신보리스를 제외한 24개가 은행자회사여서 부실처리 부담이 곧바로 은행으로 넘겨지기 때문이다.

▼리스사 얼마나 부실한가〓리스사들이 사상최악의 경영난을 겪게 된 것은 기업들의 연쇄도산으로 리스료를 떼이고 있기 때문. 리스사 부실채권은 90년 2천9백여억원에서 최근 3조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부실여신이 자기자본의 두배를 넘은 곳은 △중부(2.6배, 1천3백48억원) △신보(2.4배, 6백95억원) △상은(2.2배, 1천19억원) △경남(2배, 9백28억원)등이다. 액수만 보면 △산업(4천2백억원) △개발(3천3백억원) △기업(1천9백억원) △한일(1천8백억원) 등의 부실이 특히 많다.

리스사의 외채는 지난해말 현재 2백6억달러로 한국의 총외채 1천5백44억달러의 13.3%에 달한다. 이중 80% 이상은 모은행을 통하거나 지급보증을 받아 빌려온 외채다. 결국 리스사가 망하면 은행권은 2백억달러에 가까운 외채를 추가로 부담하게돼 일부 은행은 재기불능의 상황에 빠지고 금융시장은 또 한차례 태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당국의 구상〓이번 리스사 검사의 주체는 금융감독위원회. 이헌재(李憲宰)금감위장이 은감원 검사5국에 지시,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금감위의 구상은 ①리스사 자산건전성 현황을 파악하고 ②부실극복 가능성을 타진한뒤 ③경영개선명령 등을 통해 부실사를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종금사 정리와 유사한 수순인 셈.

금감위는 이를 위해 ‘리스사의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안)’을 주고 각사의 부실여신 규모를 적어내라고 지시했다.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감안해 은행이나 종금사의 경우보다는 완화된 기준이다. 이와 함께 △2010년까지의 자구계획 △98년 원화 및 외화 자금수급계획 △차입원리금 상환 계획 등을 요구했다.

금융계에서는 종금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리스업계를 구조조정한다면 전체 리스사 중 절반 가량이 문을 닫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리스와 거래하는 기업의 연쇄부도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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