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정국 현안들/與野 입장-대응책]경제청문회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49분


경제청문회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경제파탄의 책임규명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영 마땅찮아 하는 기색이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9일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가급적 신속하게 책임문제를 밝혀야 한다”며 4월 중 청문회개최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과거정권이 퇴진했는데 책임규명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역시 이날 “경제청문회는 반드시 해서 (경제실정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청문회에 설 증인에 대해서는 “은행도 관련이 되고 청문회를 하면 줄줄이…”라고 말해 청문회의 활동 범위가 예상보다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당의 이런 발언에는 다분히 한나라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청문회를 통해 오늘의 경제위기가 야당의 집권시절 시작됐음을 부각시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야당이 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 있느냐”는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임명동의 문제로 얽힌 정국을 풀어나가겠다는 포석이다.

한나라당은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여당의 의도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이 이날 “경제실정의 책임을 규명하고 다시는 그런 실정이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이 어려운 시기에 경제청문회 개최가 꼭 필요한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는 단서를 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맹대변인은 이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총리서리의 비자금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필요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맹대변인은 “경제청문회와 비자금 국정조사가 꼭 연계된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여당의 뜻대로 청문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따라서 야당은 여야교섭과정에서 청문회 개최를 일단 받아들이되 청문회의 시기나 활동범위, 증인선정 등에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사실상 청문회 자체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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