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회장 입각]「조타수」잃은 기아 어떻게 되나?

  • 입력 1998년 3월 4일 20시 20분


진념(陳稔)회장의 입각으로 조타수를 잃은 기아그룹의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는 회생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기아그룹 임직원들은 진회장의 입각사실이 알려지자 회생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삼삼오오 모여 그룹의 장래를 걱정했다. 진회장의 입각은 그가 자동차의 삼자매각에 반대하고 출자전환 및 해외자본 유치를 주도해온 ‘기아정상화의 상징적 인물’이란 점에서 향후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아 내부에선 진회장이 실세각료로서 기아의 공기업화를 적극 지원해주기를 희망하는 분위기인데 비해 업계에선 삼자 매각 시점이 오히려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모든 권한을 진회장에게 맡기고 진회장의 뜻에 따라 회사를 살려보려 했는데 갑작스러운 입각으로 당황스럽다”며 “이달 20일경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자산실사와 감자 등을 거쳐 대출금을 자본금으로 출자전환한다는 기존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기아측도 곧 법원의 회사정리 절차 개시가 내려지고 산은의 대출금 2천7백억원 출자전환과 함께 해외에서 1조원 규모의 증자계획이 착실히 추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산권을 쥔 기획예산위원회의 수장인 진회장이 긍정적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는 눈치.

그러나 자동차 업계를 포함한 재계에선 제삼자인수 반대 입장에 있던 진회장의 퇴장을 기아처리 방향이 제삼자 매각쪽으로 급선회하는 신호탄으로 풀이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기아로부터 증자요청을 받고 있는 포드사도 무작정 돈을 대기보다는 삼성자동차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아인수에 참여하거나 제삼의 업체가 기아인수에 가담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향후 기아그룹은 공동재산보전관리인인 박제혁(朴齊赫)기아자동차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겠지만 박사장의 장악력이 약해 아시아자동차 기산 등 나머지 계열사들은 독자적인 행보를 할 것으로 그룹 안팎에선 전망한다.

박사장의 대외적인 지명도가 높지 않고 기아임원에 대한 정부와 채권금융단의 불신이 대두할 경우에는 제삼의 인물을 기아그룹 회장에 임명, 박사장과 공동으로 기아를 경영토록 할 가능성도 높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에 채권단과 법원 등이 협의해 법정관리인을 선임할 방침이지만 제삼의 인물이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희성·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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