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불법복제 「사이버 도둑」 『족쇄 채워라』

  • 입력 1998년 2월 25일 20시 42분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의 무법(無法)천지. 바로 ‘인터넷’ 사이버공간이 대량 불법복제 장소로 공공연하게 이용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소프트웨어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는 주로 인터넷 서비스망의 특정 계정이나 임시디렉토리에 정품 소프트웨어를 올려놓고 이용자가 복사해가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통신이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 ‘코넷(KORNET)’은 컴퓨터 마니아 사이에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코넷 인터넷망의 임시디렉토리인 ‘tmp’에는 늘 정품 소프트웨어가 수십여종씩 올라와 있다. 일부 이용자가 마치 PC통신 공개자료실에서 프로그램을 전송받는 것처럼 불법 복제를 자행하고 있다. 96년 8월 중순 불과 일주일만에 2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PC통신프로그램 ‘이야기’를 집단 불법 복제해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도 바로 이 코넷 등 인터넷망에서 일어났다. PC통신 나우누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 1만8천명의 회원이 가입한 나우누리 인터넷망에서도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PC통신과 달리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 복제를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용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이미 하이텔 유니텔 등을 비롯해 01410을 통해 접속하는 인포숍 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서비스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인터넷 이용자는 PC통신에서 만난 사람끼리 지하 인터넷 모임을 결성, 전자우편과 파일전송 등을 악용해 정품 소프트웨어를 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마니아 P씨(26·회사원)는 “친구끼리 한두차례 불법 복제하는 것과는 차원이 아예 다른 것”이라며 “인터넷망에서의 불법 복제는 고속 대량으로 번지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P씨는 “인터넷과 PC통신 회사가 자체 인터넷망의 유닉스 시스템을 변경해 원천적으로 불법 복제 채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천리안 인터넷서비스의 경우 다른 계정의 파일을 복사할 수 없도록 인터넷망의 유닉스명령을 지정하고 있다. 컴퓨터 전문가들도 “대량 불법복제를 근절하려면 이 사실을 알고도 방관하고 있는 인터넷과 PC통신 회사가 천리안처럼 서비스계정의 권한을 하루빨리 축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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