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私財제공]「출자」보다「헌납」이 경제에 효과적

  • 입력 1998년 2월 1일 20시 12분


일부 재벌 총수와 중견기업 오너들의 사재(私財) 출자 또는 출연이 기업 구조조정과 경제 살리기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이들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사재를 내놓았지만 그 방식에 따라 의미와 효과에 큰 차이가 있다. ▼계열사 출자〓기업에 자금을 내어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재를 출자해도 결국 그 재산은 출자자에 속하기 때문에 ‘헌납’과는 다르다. 다만 경기침체 속에서 각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증자를 하려해도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총수가 우선 증자에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나마 총수들이 출자하는 사재는 대부분 매각을 통해 현금화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부동산이거나 주식이어서 곧바로 경영정상화로 이어지진 않는다. 부동산 등을 현물로 출자할 경우에도 기업자산이 늘어나 장부상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이외에는 효과가 별로 없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은 부동산 예금 주식 등 1천3백80억원과 연간 개인소득의 90%인 8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중 1천3백20억원은 이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늘리는 출자에 해당한다. 신격호(辛格浩)롯데그룹회장이 내놓은 1천만달러(1백60억원상당)와 이종환(李鍾煥)삼영화학그룹회장의 부동산 매각대금 60억원도 계열사에 출자돼 이들의 지분이 늘어난다. ▼출연 및 헌납〓자신의 재산을 무상으로 내는 것으로 기업에 증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총수 지분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총수 몫의 배당이익을 증대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재무구조가 개선돼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 총수 몫의 배당도 늘 수 있다. 부채가 많은 부실기업에 증여하거나 종업원복지기금 등에 출연할 때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고병옥(高炳玉)세풍그룹회장 등 일가족 4명이 1천5백억원 상당의 계열사 주식을 그룹에 내놓은 것이 헌납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번의 주식 헌납으로 그룹 주력사인 ㈜세풍은 자본금이 현재의 두배인 3천억원으로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500%에서 200%로 낮아진다. 장익룡(張翼龍)서광회장이 1백2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내놓은 것도 계열사 무상증여 형식의 헌납에 해당한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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