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당선자측,『재벌 개혁-빅딜 조용히 하라』거듭 강조

  • 입력 1998년 1월 22일 19시 46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이 재벌의 자기개혁과 함께 ‘빅 딜’(사업 맞교환)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의 자구(自救)를 위한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서 산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물론 김차기대통령측은 재벌그룹 스스로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김차기대통령측은 각종 제도적 장애를 제거하고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점 또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적 제도적 지원은 어디까지나 재벌들의 ‘결단’이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차기대통령측이 강도높은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김차기대통령측은 이같은 재벌개혁 요구가 정권 교체기마다 있었던 일과성 ‘재벌 다스리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차기대통령측이 기대하는, 아니 사실상 요구하고 있는 재벌개혁의 요체는 총수들의 ‘사재(私財)끌어내기’와 ‘문어발 자르기’다. 구조조정을 내세워 한계기업이나 정리하겠다는 안일한 태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벌 소유주들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사유재산을 내놓아야 하고 백화점식 기업운영행태는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는 게 주문사항이다. 그러나 무리한 추진은 자칫 화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일례로 총수들이 ‘숨겨둔 사재’를 내놓으려면 이에 대한 정권 차원의 분위기조성이나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 큰 문제는 ‘빅 딜’이다. 어느 재벌도 수익성있는 장사를 포기하려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섣불리 ‘조정’을 명분으로 나섰다가는 기업분위기 위축은 물론 거센 반발마저 살지도 모른다. 또한 재벌들의 ‘빅 딜’은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당장 가시화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문제만 해도 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관련 기업은 물론 종업원 거래은행 등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 ‘약(藥)이 아닌 독(毒)’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김차기대통령측은 자율개혁을 촉구하면서 그 실행은 ‘소리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이다. 재벌개혁의 ‘총대’를 맨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가 22일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와 비상경제대책위의 이헌재(李憲宰)실무기획단장을 급히 불러 재벌개혁 문제에 관한 한 자신에게 보고를 일원화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총재는 김차기대통령측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갖가지 ‘아이디어’ 수준의 대책에 대해 몹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A그룹은 자동차를, B그룹은 반도체를…’ 하는 식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박총재는 “도대체 일이 되게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냐”며 역정을 냈다는 것. 그동안 박총재는 재벌총수들과 ‘직통채널’을 열어두고 나름의 보고를 받아왔다. 앞으로도 ‘조용하면서 내실있는’ 재벌설득 작업을 펼 작정이다. 특히 재벌개혁의 성패는 결국 소유주의 ‘의지와 결단’에 달렸다는 게 박총재의 판단이다. 따라서 박총재는 우선 재벌총수들의 ‘속내’를 청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선뜻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재벌총수들의 진짜 생각을 듣고 ‘훈수(訓手)’를 하면서 전체적인 윤곽을 잡은 뒤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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