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통산부,『은행-기업중 어느쪽 살릴까』 입씨름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9분


“부실 은행을 살리려고 멀쩡한 기업까지 다 죽인다”(통상산업부) “한계 기업까지 자금 지원을 하면 은행들은 어떻게 살아 남나”(재정경제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재경원과 통산부가 기업 지원대책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통산부는 지난해말부터 은행들이 기업의 수출환어음마저 매입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연쇄 도산과 수출 중단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산부 관계자는 “재경원이 금융 우선주의에 사로잡혀 은행 살리기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기업이 망하면 은행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산부에 따르면 부실 은행과 부실 종합금융사를 서둘러 정리했다면 오늘과 같은 신용공황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 특히 “기업 대출을 안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말 뿐인 재경원식 대책은 70년대에나 통했던 낡은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수출환어음을 매입하는 은행 담당자에게 면책권을 주는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통산부의 주문이다. 이에 대해 재경원은 수출환어음 매입의 무조건 기피는 당연히 개선돼야 하지만 모든 기업을 살려주는 금융지원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구조상 은행 하나가 망하면 수천개 기업이 줄줄이 문닫는다는 게 재경원의 현실진단. 재경원 관계자는 “은행을 살리는 게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금융 현실도 모르는 통산부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 부도가 은행부실을 촉진하고 은행 부실이 다시 멀쩡한 기업의 부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해결책은 악순환 고리를 빨리 자르는 것.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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