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한국지원발언 속뜻]『불똥 튈라』다급해진 美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한국 금융위기의 해법은 어디에 있나. 정답은 백악관이 아니라 월스트리트다. 월가의 투자가들이 한국시장으로 다시 돌아와야 신뢰가 생기고 환율이 안정된다. 클린턴대통령이 16일 연말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금융위기에 관해 언급한 내용도 본질적으로는 이런 원칙을 강조한데 지나지 않는다. 클린턴은 위기 해결의 틀로서 △자국(自國)의 노력 △국제금융기관의 역할 △미국 일본 등의 제2선 지원을 들었다. 다분히 원론적이다. 클린턴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신(新)차입협정(NAB)에 따라 35억달러를 IMF에 추가 출연할 수 있도록 의회의 승인을 요청한 것도 사실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한국의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35억달러의 추가 출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가 공화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의 이날 발언은 한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어떤 처방보다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것은 아마 발언의 강도나 상징성 정치성 때문으로 보인다. 클린턴의 발언은 지난주 로버트 루빈재무장관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IMF의 프로그램들을 자신의 책임하에 이행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던 것 보다는 훨씬 우호적이고 적극적이다. 클린턴은 특히 한국과 김영삼(金泳三)대통령, 그리고 세 대선후보의 IMF 조건 이행 의지를 긍정 평가했다. 또 「IMF의 틀 안」에서 「사안별 추가 지원」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미국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은 결코 방관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클린턴이 방관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종합적인 고려의 산물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미국경제도 주름살이 생기기 직전이다. 수출 둔화로 적자가 늘어나고 주가폭락 현상도 우려된다. 한국이 무너지면 클린턴의 업적으로 꼽히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한핵 동결도 흔들리게 된다. 더욱이 북한에 제공키로 한 경수로 건설비용 50억달러를 미국이 전부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태평양전략 중심축의 하나인 한국이 경제 정치적으로 위태로워지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결코 이롭지 않다고 클린턴은 보는 것 같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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