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증권 부도]은행들 『스스로 돈 구해 막으라』냉담

  • 입력 1997년 12월 6일 08시 22분


고려증권이 최종 부도를 낼 수밖에 없을 만큼 돈줄이 막히기 시작한 것은 9개 종합금융사에 대한 업무정지 조치가 전격적으로 내려진 2일부터. 종금사의 갑작스러운 업무정지로 평소 하루짜리 콜자금을 잘 내주던 은행들이 갑자기 차갑게 「안면」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고려증권은 회사채 지급보증을 했다가 해당 기업의 부도로 떼인 돈 8백40억원과 계열 고려종금(영업정지)에 중개해준 1천억원 등 모두 1천8백40억원의 부족자금을 메울 길이 막연해졌다. 더구나 종금사 8곳이 매일 1조원 이상의 부족자금 때문에 콜시장에 나가 죽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리를 계속 높여 불렀지만 하루짜리라도 돈을 주겠다는 은행이 없었다. 자금흐름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3일 밤. 8백10억원의 어음을 결제할 길을 찾지 못한 것이다. 고려증권은 거래 은행들을 설득하느라 애가 탔으나 은행들은 4일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연장만 해줬을 뿐 『돈을 구해다 막으라』고 요구했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나서서 겨우 수습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인 시점이 5일 오전1시반. 주택은행이 5백50억원, 조흥은행과 제일은행이 1백30억원씩 모두 8백10억원의 자금을 5일 오전까지 내주기로 약속했다. 재경원과 한은에서는 『고려증권 문제는 풀렸다』고 좋아했으나 정작 5일 오전 돌발상황이 생겼다. 산업은행 외환은행 한일은행 등 다른 거래 은행들이 4일 새로 지급요구된 2천2백억원 가운데 일부를 연장하지 않고 곧바로 1차부도 대전을 떼 금융결제원에 등록해버린 것. 상황이 반전하자 8백10억원을 내주기로 했던 3개 은행마저 『3일부터 미뤄온 자금을 부도날 줄 알면서 어떻게 내주느냐』고 대출 방침을 철회했다. 결국 금융결제원에서는 5일 오후 5시반경 각 시중은행에 「고려증권은 당좌거래가 취소될 예정」이라고 알렸고 재경원에서도 『방법이 없다』며 두 손들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감독원에서는 이날 오후 8시부터 고려증권의 부도와 사후처리에 관한 안건으로 긴급 증권관리위원회가 열렸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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