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법안 내용]중앙銀-금융감독 「뼈대」가 바뀐다

  • 입력 1997년 11월 13일 19시 52분


금융개혁법안이 13일 국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표결로 통과돼 재경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 내주초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개혁 입법이 이루어지면 한국 금융산업은 뼈대를 바꾸는 대수술, 이른바 빅뱅(금융대개편)에 들어갈 전망이다. 13개 개혁법안은 금융시스템의 머리에 해당하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를 완전히 새롭게 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금융기관들의 영역 및 업체간 「칸막이」를 허무는 구조조정 장치를 담고 있다. 연초부터 11개월째 대통령 직속 금융개혁위원회가 밑그림을 그리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등의 줄다리기 속에서 국회에 넘겨진 금융개혁법안은 11일까지만 해도 각정당간 이견으로 공중분해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개혁 입법을 무산시키면 「금융위기 탈출」이 더욱 어려워진다며 정치권의 무성의를 비판하는 여론이 막판에 작용, 법안이 기사회생했다. ▼법안 골격〓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전담하고 금융감독위원회가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감독기능을 통괄한다는 것이 골자. 정부안중 일부 조항이 수정됐지만 대세는 유지됐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서 재경원 산하로 고치고 「2000년 1월부터 금융감독원 직원을 공무원화한다」는 조항이 삭제된 정도. 재경원으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는 내용. 오히려 가뜩이나 막강한 재경원이 금감위를 산하에 두게 돼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국은행은 명칭을 당초 한국중앙은행에서 지금대로 한국은행으로 두고 총재의 임기를 5년단임에서 4년중임으로 바꿨다. 한국은행의 체면을 다소나마 살려주기 위한 배려로 풀이된다. ▼빅뱅 주도할 양대 슈퍼파워〓금감위와 통합예금보험공사는 앞으로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설치되는 통합예금보험공사는 금감위에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또는 공동검사를 요청하거나 계약이전의 명령이나 파산신청 등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부실금융기관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정리전담 목적의 정리금융기관을 설립할 수도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한마디로 부실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금감위는 기존의 은행 증권 보험 등 3개 감독원과 재경원의 일부 금융감독기능을 모두 통합하는 기관으로 금융에 관한 한 검찰 경찰 감사원 기능을 모두 쥐게 된다. ▼남은 문제들〓재경원 관계자는 『금융개혁 입법으로 국내 은행과 공기업의 외화차입이 원활해지고 환율과 주가의 안정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실추된 국가신용도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개편 대상인 한국은행과 개별 금융감독기관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재경원의 공룡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점에서 문제는 남는다. 이해 당사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이 금융위기를 심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막강한 힘을 갖는 금감위와 예금보험공사가 모두 재경원 산하기구가 되면서 재경원의 위상에 대한 논란이 재연할 가능성도 크다. 이같은 여론 속에 차기정부가 재경원 분리 등 정부조직 개편에 나설 경우 금융의 상부구조는 재편이 불가피하고 금융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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