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비자금說 2차폭로]기업 『경제도 어려운데…』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거론된 기업들은10일이를 부인하거나 사실확인을 유보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이구동성으로 『가뜩이나 경제가 최악의 상황인데 또다시 기업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며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삼성그룹은 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이야기는)처음 듣는다』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우그룹 비서실 고위관계자는 『강삼재(姜三載)총장이 밝혔던 비자금의 실명전환 사실이나 10일의 폭로내용도 검찰권이 발동되지 않는 한 사실상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대우측은 사실여부가 확인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국당이 거론한 기업 가운데 액수가 가장 큰 동아그룹은 『신한국당의 발표가 아직 사실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입장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김대중총재와 그룹이 별다른 연고가 없는데다 금액이 그룹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점에서 신한국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로그룹은 5억원 제공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10일 오후 소식을 듣고 장진호(張震浩)그룹회장에게 긴급보고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91년 당시 재무담당자 등 관련자들을 수소문했으나 이를 확인해줄 사람이 없고 6년이 지난 자료가 남아있지도않다』고 말했다. 벽산그룹과 한창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비자금 사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대호그룹의 경우 당시 사주였던 이건(李鍵)씨가 잠적중이고 장남 이성호(李晟豪)씨는 김현철(金賢哲)씨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돼있어 연락이 끊긴 상태다. 신한국당이 거론한 홍성전기는 연간 매출 2백억원규모의 자동차부품업체로 확인됐는데 회사 관계자는 『우리 같은 구멍가게에서 어떻게 5억원이나 정치자금으로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을 거론, (정치의)희생양으로 삼아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신한국당 발표에 대해 겉으로는 태연했으나 내심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 ▼대우그룹은 신한국당의 발표내용에 대해 『몹시 불행한 일』이란 반응. 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신한국당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 기업을 이번 폭로전에 끌어들이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하고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났던 비자금 망령이 결국 기업총수들 사면복권 10여일만에 되살아난 셈』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동아그룹 관계자는 『최원석(崔元碩)회장이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사건에 연루됐다 실형을 선고받고 불과 일주일 전인 개천절에 특별사면됐는데 다시 이런 일에 휘말리게 돼 그룹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치권 비자금 문제가 터질 때마다 동아가 크게 부각되고 있어 신경이 쓰인다』며 『이번 일의 사실규명이 조기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부연. ▼진로그룹 직원들은 점심식사 후 소식을 듣고 『가뜩이나 회사가 어려운데 회장의 비자금 수수설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며 망연자실한 표정. 한 직원은 『진로 등 10개 계열사가 화의신청을 해놓고 직원들이 하루하루 피말리며 정상화 노력을 하고 있는 마당에 수치스러운 사건이 터져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고 탄식. ▼벽산개발측은 『지난번 노씨 비자금 때도 김희철(金熙喆)그룹회장이 연루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적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신한국당이 잘못된 정보를 입수했거나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통신 기기업체인 한창의 관계자는 『부산에서 출발한 기업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DJ측에 무엇을 바라고 접근하겠느냐』며 『소문의 진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자금의 「무풍지대」로 자부해온 두산그룹은 92년 5억원을 제공했다는 동현건설이 현 두산건설의 전신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당황해하는 모습. 그룹 관계자는 『92년 당시 동현건설이라는 건설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것은 사실이나 당시 사장 전무 등 담당자들이 회사를 떠나 동현건설이 우리 계열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 〈박래정·오윤섭·이희성·황재성·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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