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인수/4大재벌 각축]『대어낚기』 社運건 승부

  • 입력 1997년 7월 31일 08시 33분


현대 삼성 대우그룹의 기아 인수전에 이어 정부가 LG그룹에 기아 인수를 타진, 기아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네마리 용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현대 삼성 대우 등은 기아 인수추진과 함께 기아 지분확보경쟁에 들어갔으며 LG도 사업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 삼성 LG 대우 순으로 유지돼온 재계 판도가 총자산 규모 14조원(작년말 기준)에 이르는 기아그룹의 「새 주인」 향배에 따라 새로 그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기아 인수전 양상 ▼ 현대그룹과 대우그룹은 삼성그룹의 기아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연대, 기아를 지원하되 기아측의 자력 정상화가 불발로 끝날 경우 직접 기아 인수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은 현대 대우가 기아 인수 움직임을 표면화할 경우 그동안 물밑에서만 시도해온 기아 인수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태세. LG그룹은 정부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고 고민중. 현대와 대우는 표면적으로는 『기아의 정상화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기아 인수에 따른 손익계산을 끝냈으며 이 점에서 두 그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 연간 생산능력 1백40만대의 현대자동차는 기아의 승용차부문을 인수할 경우 생산능력이 2백70만대로 늘어 세계 6위의 거대 자동차 메이커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2000년까지 연산 2백만대를 목표로 해온 현대가 기아를 안으면 추가 투자가 필요 없어진다. 상용차부문이 취약한 대우도 아시아자동차 상용차부문 인수에 매력을 느낀다. 현재의 연산 1백30만대에 상용차 30만대를 더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기아는 기왕 매각된다면 삼성보다는 현대 대우 쪽에 더 호의적인 입장. 이에 따라 기아는 포드가 기아자동차 지분 16.91%를 매각할 경우 현대 대우측에 넘기도록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보고서 파문으로 기아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국민여론을 감안해 공개적인 인수추진을 삼가왔으나 현대 대우의 인수의사 표출을 계기로 인수참여 명분이 생겼다고 판단, 구체적인 작업을 추진중이다. 삼성은 기아 인수에 가장 목이 마르다. 부산 신호공단의 공장만으로는 생산능력에 한계가 있고 이 공장의 입지가 나빠 투자 비효율에 따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 林慶春(임경춘)자동차 부회장이 30일 방일중인 李健熙(이건희)회장을 만나러 삿포로에 날아간 것은 기아 인수 공식화의 마지막 결단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기아인수 추진과는 별도로 현재 기아사태 와중에서 기아자동차를 빠져나오려는 기술인력을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미 기아 직원 10여명이 기아에 「퇴직금지급 확인서」를 받은 후 삼성자동차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래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기아 직원들의 삼성에의 이적이 조금씩 늘어나면 그 자체가 삼성의 전략구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LG는 자동차사업에 진출할 경우 업종 다각화가 가능하지만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사업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기존의 주력사업들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기아인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LG로서는 대우가 기아 부분인수에 성공할 경우 재계 3위 자리가 위태롭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두지않을 수 없는 입장. 이번 「용들의 전쟁」에서 LG는 기업 이미지 면에서 유리한 측면도 있다. ▼ 기아 지분확보 경쟁 ▼ 기아자동차의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그룹 간의 물밑 지분확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기아자동차의 최대 주주는 미국 포드자동차와 일본 마쓰다자동차(16.91%). 다음으로 계열사인 ㈜기산이 9.84%를, 기아 임직원들로 구성된 경영발전위원회가 6.06%를 갖고 있다. 기아자동차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과 현대의 지분은 공식적으로는 각각 6.08%와 1.85%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아 현대의 지분율은 이미 18%에 이른다는 소문도 있다. 지분 싸움의 승부는 포드자동차와 기아 임직원들의 몫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에 맞서 현대와 대우는 주식매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이후 동원증권과 동서증권이 사들인 1백20만주(전체주식의 1.6%)도 현대측과 연계돼 있다는 게 정설. 또 현대는 지난 14일 기아자동차가 발행한 5백억원어치의 사모(私募)전환사채(CB)를 전액 인수했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3백33만주나 되는 규모. 대우도 지난 7일 기아자동차의 대주주인 기산이 발행한 CB 3백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삼성에 밀리더라도 1년뒤 이를 주식으로 전환, 재대결을 해보겠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 기아인수후 재계판도 ▼ 4대 그룹은 기아 변수가 재계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사업의 경우 구매물량이 총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수출물량은 계열 상사부문에도 잡히기 때문에 대재벌이 맡을 경우 매출증대 효과는 더욱 커진다. 기아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이 인수할 경우 총자산 규모가 작년말의 51조원에서 65조원 이상으로 늘어나 현대를 누르고 부동의 1위로 떠오르게 된다. 현대와 대우가 분할 인수할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삼성과 근소한 차이로 재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총자산 53조원)는 기아 인수로 삼성을 크게 따돌리게 되며 LG에 약간 처지던 대우(총자산 35조원)는 아시아 등의 인수로 LG를 누르고 재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또 LG가 인수하게 되면 총자산이 38조원에서 52조원으로 늘어나 삼성과 2위 각축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영이·정경준·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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