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유통비리]도매법인-상인 결탁 폭리

  • 입력 1997년 7월 28일 20시 05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짜고 수백억원대의 농산물을 불법유통시켜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의 조직적인 비리로 인한 피해는 피땀흘려 기른 농산물을 헐값에 넘겨야 했던 농민들과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러야 했던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특히 지난 94년 「농안법 파동」때 유통비리에 관련된 도매법인 대표 4명이 구속된 지 3년여만에 또 다시 대규모 비리가 적발돼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구조에서 비롯한 비리가 뿌리깊게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중도매인들은 대부분 가락시장내 거상들로 밭떼기로 사들인 마늘 대파 총각무 등을 상장경매를 거치지 않고 시기를 조절해가며 소매상들에게 판매해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도매법인들은 중도매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정상적인 경매를 거친 물량인 것처럼 가짜서류를 꾸며줬다. 적발된 5개 업체가 이같은 「기록상장」으로 불법유통시킨 물량은 업체당 각각 1백30억∼50억원(경매가 기준)에 달하며 부당하게 챙긴 수수료도 6억6천만∼2억5천만원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농림부의 조사에 따르면 오이 호박 등을 상장할 경우 생산자인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상장 전에 비해 1.5배 정도 높아졌다』며 『이들 중도매인이 불법유통으로 챙긴 폭리가 적어도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막대한 규모의 비리가 공공연히 벌어진 데는 농림부 서울시 등 관계당국이 불법유통 실태를 알면서도 관리감독을 게을리한 데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감독소홀을 틈타 일부 도매시장 법인들은 경매 출하를 촉진하기 위해 국고에서 지원받아 생산자단체들에 저리융자하게 돼 있는 농안자금을 개인용도로 유용하거나 중도매인들에게 밭떼기 자금으로 빌려주기까지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같은 비리는 비단 가락시장 뿐만 아니라 전국 각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강력한 감독체계를 수립하는 한편 생산자 유통조직을 강화하는 등 상인들의 횡포를 막는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이같은 비리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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