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說이 부도 낳는다』…루머돌면 어음회수-주가 급락

  • 입력 1997년 3월 20일 20시 09분


[정경준 기자] 증시에 부도설이 파다했던 삼미그룹이 결국 쓰러지자 증권가 루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미는 지난해 말부터 난무한 자금악화설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다」 「만기도래한 어음을 정상결제했다」며 기회있을 때마다 공식 부인했지만 결국은 쓰러지고 말았다. 삼미외에 루머끝에 실제로 부도를 낸 기업은 최근에만도 유원건설 우성건설 건영 한보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다음 차례는 누구냐」를 놓고 근거없는(?) 입방아들이 무성하다. 기업을 쓰러뜨리는 것은 부도설이 먼저일까, 아니면 실제 자금악화가 먼저일까. 아무리 감추더라도 기업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나빠졌다는 사실이 입에서 입으로 번져 부도설이 나도는 경우가 적지않다. 그러나 사채(私債)시장과 제2금융권에서 부도설이 나돌았다 하면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고 해당기업을 「한계기업」으로 분류, 경쟁적으로 어음결제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웬만한 자금동원능력을 갖추지 않는 한 버티기 힘들어지는 상황도 잦다. 심한 경우 고의 음해성 증권가 루머도 많은데 이런 루머는 워낙 은밀하게 생산, 유포되기 때문에 관계당국에서도 잡아내기가 어렵다. 한보부도 이후 「루머제보창구」를 설치하고 악성루머에 대한 추적을 강화했던 증권감독원도 아무런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 최근 부도설에 시달려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한 중견기업의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확인전화에 지쳤다』며 『자사주매입과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적극적인 주가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