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中企자금지원정책 신용좋은 대기업위주 운용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천광암기자] 정부의 다양한 금융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시급한 기업에는 돈을 대주기 어렵다는게 「금융계 관행」이라는 설명. 금융관계자들은 『이런 때일수록 신용상태가 좋은 대기업 위주로 자금운용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부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의 경우 신용상태가 극히 우수한 일부기업에만 돈을 빌려주고 신용상태가 안좋으면 이미 대출한 자금도 회수하고 있다. H은행 김모지점장은 『부도로 온나라가 들끓는데 신용도가 나쁜 중소기업에 뭘 믿고 대출하겠냐』며 『대부분의 점포가 오히려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했다가 부실이 생기면 점포장 책임』이라며 「중소기업에 적극 대출해주라는 말은 공염불」이라고 잘라 말했다. S은행 박모지점장도 『은행이 1억원을 떼이면 예금 1백억원을 추가로 유치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며 『기업이 어렵다고 할수록 대출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신용등급이 나쁘거나 규모가 영세한 기업일수록 제2금융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정작 제2금융권은 은행들보다 훨씬 소극적이다. 정부가 지난 11일 밝힌 자금지원의 주요내용은 상업어음할인 전담재원 7천억원과 경영안정자금 1조4천억원을 푼다는 것으로 모두 은행창구를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한보철강에 1조8천억원의 대출금을 물린 제2금융권의 자금사정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H파이낸스 이모과장은 『우리 자금사정도 좋지 않지만 한보철강에 대출했다가 혼이 난 경험 때문에 신용이 불투명한 기업에는 대출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금융회사는 한보철강 부도로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후유증을 겪으면서 자금운용을 대폭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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