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제일銀 악연]유원-우성건설도 부도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9분


[黃在成기자] 젊은 기업총수와 제일은행이 만나면 「큰일」이 난다. 젊은 총수가 이끌다 좌초하고만 유원건설 우성그룹 한보그룹 등 3개 대기업이 공교롭게도 모두 제일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하고 있어 화제다. 제일은행과 젊은 총수의 첫번째 악연은 유원건설(현 한보건설). 유원은 65년에 설립돼 터널 및 교량공사로 성장을 거듭, 지난 94년에는 건설도급순위가 33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93년부터 시작된 아파트 미분양 사태와 외상채권 증대, 1백억원대의 고가장비인 터널굴착기계(TBM)의 무리한 도입 등으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여기에 93년 창업주 崔孝錫(최효석)회장이 사망하고 장남 泳俊(영준·32)씨가 경영을 맡으면서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금융권의 불신감마저 더해지면서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두번째 사례는 우성그룹. 지난해 초 부도를 내고 한일그룹에 인수된 재계랭킹 29위의 대기업인 우성은 崔勝軫(최승진·43)부회장이 70년대에 설립해 80년대 부동산경기붐과 주택2백만가구 건설정책에 편승, 승승장구했다. 95년말까지 자산 2조1천억원, 부채 1조7천억원, 연매출 1조2천억원의 규모를 갖춘 대그룹이 됐다. 그러나 93년부터 시작된 주택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자금난을 겪기 시작하면서 결국 지난해 1월 부도를 내고 한일그룹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인수자 선정 당시 최씨는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기업을 헐값에 넘기려 한다』며 경영권 인도를 거부하기도 해 제일은행과 한일그룹이 애를 먹었다.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으로부터 지난해 경영권을 넘겨받은 譜根(보근·33)씨는 의욕적인 그룹경영 포부를 밝혔지만 한보철강 부도로 발목이 잡혔다. 제일은행은 한보철강 부도 이후 보근씨를 포함, 정씨 일가의 모든 주식을 빼앗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실제로 한보건설엔 최근 「30일까지 정씨 가족 주식 6백여만주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어음을 결제해주는 등 죄기에 나서고 있다. 세번째 악연사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같은 악연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제일은행의 대출방침과 관련이 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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