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李회장『대우의 세계경영 배우자』지시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4분


「삼성이 대우에 한수 배운다?」. 「신경영」추진 3년째를 맞은 삼성그룹이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15일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대우그룹은 올 한햇동안 한국기업중에서 가장 세계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며 『대우의 해외진출 전략은 자원부재의 한계와 현지화전략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있어 그룹과 경제연구소가 함께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신경영을 선언했던 지난93년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건 대우는 해외지사수가 93년말 89개에 서올해 1백4개로 늘어나고 해외법인도 86개에서 2백74개로 급증했다. 오는 2000년엔 세계지사법인 1천개를 목표로 무서운 속도로 전세계에 뻗어나가고 있다. 올들어 반도체가격의 폭락으로 반도체 의존비중이 높던 삼성 현대 LG 등이 매출 격감으로 쩔쩔매고 있지만 대우는 오히려 매출목표를 늘려잡는 등 오래전부터 공들여온 세계경영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11월말까지의 수출실적이 1백3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가 감소한데 비해 대우는 1백16억달러 수출실적을 기록, 20.8%나 증가했다. 그동안 「무모한 확장」 「부실경영」이라며 대우를 낮게 평가하던 삼성이 대우의 강점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대우전자가 프랑스의 가전사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를 추진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우가 단돈 1프랑에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를 추진하자 처음에는 「엉터리」라며 무시하다가 李健熙(이건희)삼성그룹회장이 『삼성도 공격적인 합병인수(M&A)가 필요하다. 첨단기술은 M&A를 통해 받으라. 하루 늦으면 1년 늦는다』며 문책하자 뒤늦게 분석작업에 착수했다는 후문. 현재 프랑스정부가 톰슨 매각방침을 철회하는 등 난항에 부닥친 상태이지만 삼성측은 『톰슨인수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우의 공격적인 인수추진 과정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며 상당히 긍정적이다. 또 삼성 등 대부분의 기업이 신중론을 내세워 동구권진출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대우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시장에 뛰어든 것에 대한 평가도 높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우가 중저가제품으로 동구시장에 파고든 것은 핵심역량을 제대로 파악한 뛰어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특히 대우의 해외마케팅기법이나 해외에서의 자금조달기법, 부실기업을 인수한후 정상화하는 노하우 등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 이에 대한 연구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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