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타 ‘핫바할배’ 아시나요

동아일보 입력 2010-07-15 03:00수정 2010-07-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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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답변 3년간 7800건
75세 조광현씨 인기몰이
"여자가 핫바를 씹어먹지 않고 ○○하는 건 저랑 관계를 맺고 싶다는 뜻인가요?"(누리꾼)
"그런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꽃뱀이 아닌가 잘 살펴봐야 합니다."(핫바할배)

할배 누리꾼 조광현 씨(75·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이달 초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 남긴 이 음탕한 질의응답 덕분에 인터넷 스타로 떴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핫바할배'다.

e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30분도 지나지 않아 답신을 하는 '쿨'한 어르신이다. 최근 인기에 놀라셨으리라 짐작했지만 오히려 "꾸준히 노력하니 서광이 비친다는 느낌"이라며 담담한 표정이었다.

'핫바할배'라는 별명이 뜨자 누리꾼들은 그가 예전에 남겨둔 재치 있는 답변들을 찾아내 어록을 만들고 있다. 이런 식이다. "삶의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출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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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할배'로 오인될 뻔도 했지만 신선한 어록이 발굴되면서 '제2의 이외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방송 전문채널인 '아프리카TV'에서는 코미디언 작가로 활동해달라는 제안도 받았다.

조 씨가 2008년부터 지금까지 네이버 지식인에 남긴 답변은 7800건이 넘는다. 1600만 명의 네이버 지식인 가운데 랭킹 161위, 총 15등급 중 3등급 '달신'이다. 그는 "점수를 조금 만 더 쌓으면 2등급 '별신'이 된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지식인으로 활동하며 가장 힘든 점은 답변할 질문을 고르는 것. 그는 "자신있게 답 할 수 있는 질문에는 답을 한다"고 밝혔다. 가끔은 '그 나이에 이런 답변이나 달고 있느냐'고 욕을 먹기도 한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절필'을 결심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내 답변을 기다리는 이들이 더 많다"는 배짱으로 다시 답변을 달고 있다.

질문들을 보다보면 답답할 때도 많다.
"남매가 성관계 했다는 글을 버젓이 올린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어찌나 답답하던지…. 그래서 '소나 말도 그렇게는 안 한다'고 답변을 달았죠."

누리꾼들은 그를 "민망한 질문에도 서슴없이 답하는 신기한 할아버지"라고 평가하지만 그가 주로 답변을 하는 분야는 치의학이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개인병원을 운영하다 1995년 은퇴했다.

인터넷은 1998년 사위가 선물해준 컴퓨터로 시작했다. 독수리 타법으로 홈페이지와 미니홈피, 블로그를 만들고, 부인 권오실 씨(74·서예가)에게도 홈페이지를 만들어줬다.

조 씨는 하루에 5~20건의 질문에 답한다. 더 많은 답변을 남기고 싶지만 "힘에 부친다"고. 20년 째 당뇨병을 앓고 있어 체력적으로도 힘든데다 부인이 2년 전 알츠하이머 병 선고를 받았다. 투병 중인 아내 밥을 직접 챙겨주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직접 반찬을 만드는데 마땅치 않으면 집사람이 밥을 잘 안 먹어요. 근데 내가 당뇨병이라 맛있는 거 하자면 내 병이 부담되고 맛없는 것만 하자면 집사람이 걸리고…."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부인도 조 씨가 인터넷 스타라는 것은 알고 있다.

"남편이 이제야 빛을 본다고 좋아하더군요."

7남매 중 장남인 할아버지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부인을 만났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절구에다 치마만 둘러놔도 끌어안을 정도'로 민간인을 볼 수 없는 최전방에 복무할 때다. 별안간 아버지가 집에 급히 오라는 편지를 보내 큰일인가 싶어 한걸음에 달려갔더니, 붓글씨 전시회를 하는 처녀와 선을 보라셨단다.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갔더니 장인어른이 "내 딸이 저기 있네"라고 해서 쳐다보자 "됐으니 그만 가라"고 했다고. 그게 전부였다. 6개월 뒤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말 한마디 못하고 편지만 주고받다 결혼했죠. 요즘 사람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그때는 그랬어요. 건강할 때 집사람은 서예로 돈을 잘 벌었어요. 제자도 700~800명 돼요. 아내가 경제권을 쥐고 있으니 위해 줘야 나도 먹고 살죠. 하하."

누리꾼의 열화와 같은 성원은 '핫바할배'를 더욱 바쁘게 만들었다. 그는 "집사람 간호 시간을 줄일 수 없으니 하루 6시간인 취침 시간을 줄여야 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기자를 만난 오전 10시에도 "혼전순결을 지켜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달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답변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라도 있을까.

"지식에 가장 목마를 때 답을 알면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가 살면서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만큼 젊은 세대들이 진짜 지식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눈을 가졌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혼전순결"에 대한 '핫바할배'의 답을 찾아봤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이 정답입니다. 다만 사랑은 희생과 봉사와 인내와 배려가 포함되어야 비로소 아름다워진다고 봅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숱한 많은 참아야 될 일들이 있는데 그런 시련을 극복하는 데도 혼전 순결을 지킨 것이 도움이 될 것 입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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